새로나온 책 훑다가 이진경의 새책에 눈길 머물다.

우리 고전에서 '파격적인 메시지'를 찾으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걸 목표로 쓰여진 것 같은데

책소개를 읽다가 심청전과 홍길동전을 읽으면서 이책의 부제가 되기도 한 '심청은 보았으나 길동은 끝내 보지 못한 것'을 탐색한다는 데서 문득 의문이 생겼다.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용궁에서 새로 태어나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은 것이 그녀가 '눈먼 효도에 눈뜬'것이라는 해석인데... 아이고, 난 모르겠네.

용왕의 비(정확히 그녀의 지위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왕후 맞나? 여기서도 왕과 비이군.)가 되어 잘먹고 잘살지만 두고온 아버지를 잊지 못해 매일 눈먼이들을 불러 잔치를 벌이며 아버지를 찾는 행사를 해왔다는 걸 아는데, 그건 뭘로 해석하고 있으려나?

내가 더 궁금했던 건, 심청의 용궁내에서의 지위가 어느 정도였기에 권력을 이용하여 아버지를 직접 찾아나서지 않고 꼭 베품이라는 과정을 거쳐 아버지를 찾아야했을까 였다. 용궁과 지상의 궁 권력 사이의 비대칭 때문일까?

눈먼 효도에 눈떴다고 해석도 뭐 가능하겠지만, 이미 결혼한 몸, 친정아버지에게 효도하기가 왕후조차도 힘들다, 뭐 이런 메시지는 어떤가 ㅎㅎ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왕후가 되어 모시는 게 백번 낫지 않나?

비틀려면 얼마든지 비틀 수 있는 게 고전이다.

 

나는 아직도 이 고전의 답답함을 기억한다.

심봉사의 행태가 어린 아이였던 내게도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길에서 만난 스님에게 고작 말 한번 듣고(뭐 스님이 계속 딸을 팔라고 종용했을 수도 있지만..) 덜컥 약속을 하고 돌아와 고민하다가 딸에게 들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심청이 어떤 선택을 하겠어. 가보는거지. 그래야 얘기가 되는 거잖아.

그렇게 딸을 잃고 살다가 눈먼이들에게 베푸는 잔치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는 심봉사.

문제적 인간이 바로 아버지 심봉사인거지.

 

(심청전의 현대적 해석으로 한 영화도 있었지 않나?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에서는 뺑덕어멈과 심봉사의 관계가 적나라 하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시각이 궁금하긴 했다. 평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흥행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반면 홍길동은 자신의 염원이었던 신분제 타파 보다는 자신이 왕이 되는 것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전개되는 모양인데 심청과 홍길동이 어떻게 대비되는지 읽어보면 수긍이 가려는지 잘 모르겠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은 [구운몽]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얘기한다. 장르는 우리나라 최초의 SF, 판타지 장르라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때 꼭 읽어봐야지 하고 구해놨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나에게 우리 고전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말 다시 읽고 싶도록 땡기는 관점을 제시한다면 언제든지 반드시 읽어볼 것 같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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