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냐, 독수리냐.

헤겔이냐, 니체냐.. 선택하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고.

부엉이는 진짜 황혼에 날고, 정말로 독수리는 새벽에 고개를 쳐드나?

동물생태의 팩트 문제?

 

그러니까 문학 고전을 읽어나가는 데서 자꾸 방계로 읽어야할 것들이 눈에 밟히면서 시작된 헤맴이다.

2015년을 보름 남기고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고, 내방은 몸하나 뉠 공간을 빼곤 온통 짐으로 가득 들어차 있어서 기존에 있던 짐들을 조금 정리한 후 그곳에 책 백여권을 꽂거나 놓아두었다. 그러고도 책들을 끊임없이 구입했다. 그래서 책들은 더 들어찼다.

읽는 건 더디고 짐이 속속 들어앉는 건 순식간이다.

읽는 게 더딜 수밖에 없는 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 역량에 맞지 않는 책들이라서 그렇다.

철학책은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는다, 쓰바.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가 서울에서 읽은 마지막 책이었을 것이다.

플로베르는 김영하 [읽다]를 보다가 생각나서 집어들었고, [마담 보바리]를 완독하고 집어든 것이 예전에 구입했던 김화영 교수의 편역인 [현대 프랑스비평의 이해]라는 책이다. 하도 오래된 책이라 알라딘에서는 찾을 수도 없다.  

이른바 '신비평' 계보의 필자들이 쓴 문학비평글들을 편역한 것인데, 서론격에 해당하는 첫 글만 읽은 듯하고 뒷부분은 깨끗했다.

부록에 장 루세의 『[보바리 부인], 무(無)에 관한 책 - 플로베르의 소설기술의 한 국면 : 시점 』이 있길래 이번에 읽었다.

이글의 정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무척 흥미로운 글이었다는 것만 우선 써둔다.

역시 묵직한 고전이자 플로베르는 후대 작가와 평자들이 현대소설의 시조로 꼽을수밖에 없다는 점을 납득하기 충분한 글이었다.

[마담 보바리]를 읽을 때는 그저 무심코 읽었던 것들이 플로베르가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하며 만들어나간 세계 속에서 움직인 것인지 새삼 경탄하게 되는 것은 이런 글들 덕분이다. 조만간 [마담 보바리]를 다시 읽어볼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처음 읽은 책은 줄리안 반즈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다.

 

 

 

 

 

 

 

 

 

 

 

 

이번에 읽을 때는 '플로베르'관련 정보에 더 집중한 듯하다. 퇴임한 의사 브레이스웨이트는 자살(명확히 표명된 적은 없는듯하지만)한 아내 앨런의 삶을 이해해 보려는 한 방편으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의 의사 샤를이 엠마가 죽은 후 그녀를 이해해 보려 했던 길을 따르듯이 플로베르의 삶과 작품 세계를 추적해본다. 앨런은 엠마처럼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

샤를-엠마, 브레이스웨이트-앨런.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이 관계에 집중해서 읽고 싶다.

 

플로베르를 좋아했던 작가로는 카프카가 있다.

그래서 나의 독서는 카프카로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카프카에 대해 쓴 들뢰즈를 발견한다.

들뢰즈의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나는 문학과지성사에서나온 책(조한경 역)을 가지고 있는데 과거에도 읽다가 채 완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이진경 번역본을 새로 구입했다.

들뢰즈는 하, 난제라서 과제처럼 받아들 수밖에 없는데, 들뢰즈를 뒤적거리다 니체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고병권.

그의 책 [니체의 위험한 책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을 때 꽤나 흥미롭게 읽었는데 최근에 그가 [언더그라운드 니체]라는 책을 냈다는 걸 알았다.

 

 

 

 

 

 

 

 

 

 

 

 

고병권. 그의 강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게 됐는데.. 인상적이었다.

고병권... 이 사람을 보라.

.........

지금은 일단 여기까지.

일해야 한다. 계속...

 

아, 철학하는 시간.

아침놀이 아니라 [서광]. 새벽. 독수리가 날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요즘 나의 밤은 비몽사몽 보내는 밤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밤을 새우는 것도 아니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

그래서 새벽은 몹시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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