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 없는, 그러니까 마감에 쫓기고 있는데 막막하기도 하고 일 하기도 싫어 아침에 [전쟁과 평화] 3권을 계속 읽었다.

제2편의 1812년 8월 25일 보로지노 전투를 앞둔 여러 정황들이 묘사된다. 여기에는 이 소설을 평할 때 늘 중요하다고 언급되는 안드레이 공작과 피에르 베주호프 백작 간의 전쟁을 두고 벌이는 대화 - 안드레이의 일방적인 전쟁관과 역사에 대한 주장이지만 - 등이 나오는 장이 있다.  

역사와 우연과 필연, 인간의 의지 등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있다.

 

앤디 밀러의 [위험한 독서의 해]에서 선택한 50권의 책 중에는 [전쟁과 평화]도 있는데, 앤디 밀러는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고 그 사상을 구현한 작품이라고 평한다.

헤겔과 동시대 철학자로서 살면서 이성의 철학자 헤겔에게 한없이 밀렸던 의지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주 저서도 봐야 하는 건가, 라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전쟁과 평화]를 읽게 된다.

 

앤디 밀러에 의하면, 톨스토이는 공공연히 밝혔다고 한다, [전쟁과 평화]의 철학적 결말, 특히 역사와 개인의 의지에 대한 기다란 단락들은 쇼펜하우어로부터 가져왔다고.

앤디 밀러의 부인이 톨스토이의 "인간 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인생의 각 단계를 놀랍도록 신빙성 있게 묘사해내는 능력"(330)에 감탄했다면, 앤디 밀러는 "톨스토이가 본래 쓰려고 했던 내용과 대중에게 이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소설이라는 양식에 대한 그의 불안감 사이의 갈등에 매혹되었다"(331) 한다.

 

[전쟁과 평화]를 쓰면서 톨스토이는 점점 더 소설 자체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고, 완성할 때쯤에는 아예 정이 뚝 떨어져 있었다. 그가 쓰고 싶었던 것은 오직 쇼펜하우에게서 영감을 받은 철학적 견해들뿐이었다. (331)

 

톨스토이의 소설에 대한 불안은 뒤로 갈수록 더해진다는데 이러한 견해들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나는 [전쟁과 평화]를 읽으면서 아무래도 앤디 밀러의 부인이 감탄한 부분에 동감하며 읽고 있다.

인간본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인생의 각 단계를 묘사하는 능력. 장면을 구성하고 묘사하는 부분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역시 나타샤와 안드레이 공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다룬 2권(범우사판) 후반부는 아마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상황인데 마음은 급해지고 어서 읽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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