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뮤직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전엔 들었다가 언제부턴가 잊었던 루시드폴을 다시 들여다봤고, 연휴사이에 손에 쥔 두 책은 루시드폴을 정말 다시 보게 만들었다.

글이 참 좋고, 글이 좋은 건 그 사람다운 삶을 별다른 꾸밈없이 쓰고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그다운 삶을 찾으려는 노력과 자기다운 음악을 찾으려는 행복한 노력.. 치열하기도 하지만 정말 행복해하면서 해나가는 노력이 가슴에 닿았다.

 

 

 

 

 

 

 

 

 

 

 

 

 

 

 

 

 

그는 지금 제주도에서 산다.

5월말에 사흘, 서울 공연을 하는데, 주제가 '목소리와 기타 - Quiet and Comfort'다.

읆조리듯, 고음이 되지 않아서 한없이 자신없어 하던(?) 그가 자기 음역대에서만이라도 정확하게 내기 위해 숱하게 마음앓이 하며 방법을 찾았던 몇 해를 보내고  기타 하나 외 '기댈 곳' 없이 노래를 들려주는 공연을 하고 있다.

마치 수도하듯이 시끌벅적하지 않게 집중해가며 목소리로 그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공연을 하고 나면 자기 안에 힘이 생긴다고 한다. 행복하다고. 그는 좋겠다.

 

팬이 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 고흐의 글이 어느 문학가의 글보다 훨씬 더 가슴 깊은 감동을 준다고 했다. 문장이 유려해서가 아니라 고흐의 시선과 그가 세상을 살아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뮤지션 루시드폴은 자신이 받은 감동을 전한다. '나는 더 나아지고 있다'는 고흐의 말이 그에게 남다른 울림을 주는 모양이다.

어제보다 오늘 나는 더 나아지고 있다... 더 나아지고 있다...

 

루시드폴은 '나이진다'는 것을 더 '나'다워진다는 것으로 짐작한다.

 

음악적으로 '나아진다'는 것이 뭔지 잘은 모르겠어요. 더 많이 알게 된다는 거나, 더 능숙해진다는 것만은 아닐 테지요. 어쩌면 그건 더 '나'다워진다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작가가 그 작가의 작품과 더 가까워질수록 작품에 힘이 생기는 것일 테니까요. 단순한 위안이나 감상이 아닌, 말 그대로 '힘'을 주는 작품이 있잖아요. 그 힘의 원천은 작가가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나'의 모습도 괜찮은 모습이어야 노래도 괜찮게 나오겠지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노래의 시선이 되니까요.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175)

 

 

 

 

 

 

 

 

 

 

 

 

 

 

올해 들어와 특히 이제와서 나는 내가 부끄러워 사람 앞에 나설 수가 없다는 걸 알았다.

괴롭히는 게 가지가지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는 스위스로 옮긴 후 마냥 춥던 날에 썼던 곡이라고 한다.

사람들도 차고, 아무리 껴입고, 문을 닫아봐도 춥고 시렸던 날들에 썼다고 한다.

 

김연우에게 곡을 줘서 그의 3집에 실렸지만, 루시드폴 3집 《국경의 밤》(2007)에서 직접 불렀다.

김연우에게서 느끼는 거지만, 가창의 신.. 뭐 이렇게 불린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의 노래가 너무 건조하다.

노래 기교가 좋은 사람들, 너무 쉽게 고음을 내고 뭐 각종 스킬들에 능숙한, 그들에게서 가끔 느끼는 건데, 너무 소리를 잘 내니까 그들 스스로가 심드렁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한때 김건모에게서도 그런 걸 느꼈고, 이후 김건모는 오래 슬럼프를 가졌다. 물론, 김창환과 헤어진 후여서 일수도 있지만.

김창환과 잘 나가던 때 그가 느꼈을 일종의 권태가 있었지 않을까 싶다.

여튼, 김연우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 고음이라곤 내지 못하는 루시드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가 그 느낌을 더 잘 전달해준다. 이 역시 각자의 취향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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