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마주하고 앉으면(꼭 술잔 앞에 앉지 않더라도) 감정이 북받치는 감이 없지 않다.

D.H.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연인]이 결핵을 앓으며 세 번이나 고쳐가며 쓴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죽어가며 이렇게 펄떡이는 환희와 생명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탄했다.

스무살 젊은날에 읽어 좋겠다(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알아서 잘 하지만). 그리고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문명비판 부분은 다소 의도적이고 노골적이라서 외려 울림이 적은 편이지만...

어쨌든 이번에 읽는데, ... 지금의 삶이 참 초라하고도,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면 말 다한 거지.

 

 

 

 

 

 

 

 

 

 

 

 

 

 

 

 

참 뭐하며 살았나 싶고, ... 돌아보면 내가 시나 노래를 그닥 좋아하며 살았던 적이 없어서 (노래방을 경멸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면 노래 잘 하는 사람을 넋놓고 보긴 한다,,,) 시에도 노래에도 인색했다.

그런데 대체로 노래나 시는 모두 특정한 사람들과 연관되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불렀던 노래, 내가 알지 못하는 노래(당연하지 노래를 듣지도 않으니 모르는 노래 천지지)를 저렇게도 지 사연마냥 부르던 사람들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

시를 써서 건네주던 그때 그 사람도 있고... 제법 ... 그랬네. ...

연서에 셰익스피어 작품 한 구절(로미오와 줄리엣의 한구절이었다) 이 써 있던 것도 있고, .... 미안하게도, 천벌받게스리... 버렸다.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 다만, 그 연서를 받았을 때의 그 현장만이 여전히 기억에 있다. 어리석게도 그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쩜 그리 어리석었을까. 난 천벌받을껴.

 

쿤데라의 [불멸]을 읽다가

 

시의 소명은 어떤 놀라운 관념으로 우리를 현혹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존재의 한 순간을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게 하고,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젖게 하는 데 있다. (45)

 

 

 

 

 

 

 

 

 

 

 

 

 

 

 

 

이 대목 보고, 책을 덮었다.

아, 씨바, 뭔 글을 이리 잘 쓰냐.

 

오늘 날씨도 그렇고... 하루가 스멀스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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