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이라는 애 얘기다.

고등학교 졸업하는, 작년에 열아홉이었고 이제 스무살이 된 아이다.

일요일 이후 이 아이 음악만 들으며 보내네. 지난 일요일 생전 안보던 Kpop 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남자애를 처음 봤다.

승승장구하다 하필 내가 봤던 회차에서 실망스러운 노래를 불렀다는 건데, 나는 이미 이 아이가 무대 들어설 때부터 확신이 없었다고 느꼈다. 불안했는데 역시나 노래 전개가 어려웠다. 부르는 동안 박진영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뭔가 스스로 미심쩍어 한 채 노랠 시작했다는 게 보였다. 노래 끝나고 나서도 그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걸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는 모습에서 나는 이 아이에게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얘 뭐지? 누구야? 그렇게해서 이 소년 같지도 소년 아닌 것 같지도 않은 아이에게 빠져들었다. 

지난 겨울 누군가 분명 얘기했던 것 같은데, 그땐  정신 없던 때라 아예 관심이 없었다. 역시 사람은 때가 중요하다.

노력은 하겠지만 때는 대체로 하늘이 주는 것 같다.

그래, 난 뻔한 발라드, 신파를 좋아하는구나. 이 아이 노래, 참 좋다. 특히 첫음을 기가막히게 참 잘 놓는다. 보아하니 학교에서도 노래 꽤나 하는 아이로 통했던 것 같고, 고3인데도 여기저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노크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야 때를 만난 듯하다. 보노라면 세상사가 참 그렇다.

유투브에 올려진 이 아이의 몇 개의 영상, 이 아이가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고작 열아홉을 넘겼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이 그냥 찍어준 영상 속에서는 노랠 곧잘 부르며,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아이의 자연스런 무심함이 담겨있다. 그러다 점점 프로그램이라는 틀에서 경쟁해가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사이의 고민이 보인다. 그냥 편하게 노랠 불렀었는데 언제부터 그게 잘 안되더라는 아이의 말에는 무심함 대신 들어선 엄청난 시선들에 대해 의식하면서 갖게 된 두려움이 담겨 있기도 하다. 교복이나 청바지에 대충 걸쳐 입고 부르던 아이의 모습과 정색하고 차려 입은 채 나와 부르는 아이의 모습 사이의 긴장 만큼이나 어렵다. 변화를 겪어낼 준비는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변화를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지금도 좋지만, 좋아하는 노랠 그냥 터뜨리며 부르는 고등학생 때의 자연스러움이 묘하게 더 좋았다. 고등학생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며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아이 또한 이렇게 주목받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또 누군가 새로운 아이가 나타날 것이고, 세상은 그렇게 흘러간다. 쓸쓸한 일이지만 그러므로 그냥 지금 이 순간, 이 시기를 맘껏 향유해야 한다. 생각이 많아진다는 건 참 쓸데 없는 일 같다.

 

내가 좀체 뭔가에 빠지는 게 잘 안되는 사람인데, 이 아이에 대한 관심도, 지나가겠지만, 지난 5일은 푹 빠져 지냈다.

그러느라 집중을 못해서 고생이다. 일해야 하는데, .... 일해야 하는데, .... 아 씨바.

일해야 해.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연인]을 읽기 시작한지 꽤 됐건만 진도를 못 내고 있는데, 민음사판 번역의 우스꽝스러움이 아쉽다.

사냥터지기 멜러즈의 사투리 말투를 맞춤법을 틀리게 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 나는 영 몰입이 안 되네.

"당신이 조금만 더 있을 수 이따면 좋으련만..." (282)

"언제 한번 내가 사는 지베서 만납씨다!" (284)

다른 번역본은 어떻게 해결했지? 이래서 여러 번역판을 읽어봐야 한다는 건가.

80년대 영화 <차타레부인의 사랑>의 실비아 크리스텔이 남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여자인 나는 알 바 없지만, 나도 영화는 봤는데, 별로 기억에 없다. 굳이 책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전이라지만 이 책을 읽지는 않았으니까.

나이 들어 이제 읽는다. 흥미롭다.

 

 

 

 

 

 

 

 

 

 

 

 

 

 

 

 

 

아, 정승환과 함께 박윤하 라는 여자아이도 좋은데, 음색이 정말 좋다. 민음사 회장 손녀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네.

와, 민음사래.

노래는 입가에서 맴돌고, 머리는 음악 끊고 니 앞의 일더미를 잡으라고 아우성치는데, 마음만 소란하고 ....미치겠네.

 

p.s.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초반에 칭찬이 집중되며 주목받은 도전자가 결국 1위 우승자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군.

몇 차 무대까지 갈지 모르지만 여튼 하는 동안 좋은 노래로 잠시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선곡이 중요하겠다. 이미 유투브 등에 올려진 영상에 나오는 곡들을 다시 불러달라는 댓글도 보이는데... 그건 좀... 악수일 수 있겠다. 이전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이지 않는 한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건 분명하기에 유리하진 않겠다.

마냥 여린 음성도 아니고 대단히 남성적인 발라드라서 기존 발라드 가수들과 조금 다르게 들리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심사위원이라는 세 사람이 아주 애먼 말을 하진 않는 듯.

근데 저 세 사람 회사로만 가는 거라며? 그게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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