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연히, <모래시계> 대본집을 봤다.

1995년에 방영되었던 그 드라마 말이다. 송지나 극본, 고 김종학 감독의 드라마.

생전 처음 드라마 대본을 본 것 같은데, <모래시계>는 책으로 봐도 굉장했다.

박상원이 연기했던 강우석 검사의 실제 모델이 홍준표니, 기분 드러운 얘기가 되버린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자.

주요인물들의 어린 시절인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어 80년 광주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87년 대선 후, 태수(최민수)가 죽어 지리산 어느 계곡에서 재로 뿌려지기까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 지리산에서 태수를 보내는 장면은 우석과 혜린(고현정)을 멀리서 잡고 두 사람의 VO가 깔린다.

 

혜린,       이 사람 이렇게 보내는 걸로 뭐가 해결됐어?

우석,        ...아직은 ...아무 것도.

혜린,       그런데 꼭 보내야 했어?

우석,       아직이라고 말했잖아. 아직은 몰라...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그 다음이 문제야". 그 다음 어떻게 됐나?.........

 

광주 518 을 다룬 광주 씬에서 아들을 도청으로 보내고 태수에게는 타지 사람이니까 살아남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달라고 '부탁'하던 엄마 역을 맡은 김을동은 지금 어떻게 되어있나? 연기는 연기일 뿐이고 직업일 뿐이라는 걸 잘 아는데도...허허, 참... 홍준표니 김문수니 뭐 여타의 많은 사람들의 면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이 문제다.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우리는 그 다음에 어떻게 살았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아 씨바, 백재희(이정재)도 죽이고 태수도 죽였는데 뭐 어떻게 됐는데?

그 전에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대치 죽고, 여옥도 죽었다. 아 씨바, 그 사람들은 그렇게 일찍 죽는데, 뭐 어떻게 됐는데? 

그런 사람들 다 보내고 좆같은 것들하고 이렇게 사냐...

87년에 얻은 걸로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재판소라고 한다.

그 이후를 생각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도대체 왜?

모래시계라는 거, 겉 프레임은 굳건한데 위치만 바뀔 뿐이고 안의 모래만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문제는 중력이네.

 

생각도 잘 안풀리고 답답해서 끄적거려 본다.

올 겨울에 읽으려고 했던 책들 읽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일이 그렇잖은가, 다른 거 하기 힘들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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