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강의]를 읽고 있다. 서문 읽고 곧바로 <안나 카레니나> 장으로 넘어갔다.

강의를 위해 준비한 거라 그야말로 '문학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분석은 꼭 읽어봐야 할 내용이다.

톨스토이가 사용한 '시간' 활용법("[안나 카레니나]의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은 시간의 배열을 고려하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의도하고 결국 완성해 낸 것은 일곱 명의 주요 등장인물의 삶 간의 동시화다. 그리고 그의 마법이 우리 안에 만들어 내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동시화다."-352)에 대해 알 수 있고, 조이스 이전에 이미 의식의 흐름 기법 혹은 내적 독백의 기법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설 부분부분(영어 번역자의 번역을 수정해가면서)을 통째로 인용하면서 자신이 주목한 점들을 사이사이 끼워 넣어가며 읽어가는 독해방식이, 소설읽기에 몰두한 저자의 모습을 보는 듯해 정겹기도 하고, 소설은 이렇게 열심히 읽어야 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예를 들어,

 

레빈이 키티에게 거절당하고 2년 뒤, 오블론스키가 마련한 만찬 장면(제4부 9장), 미끄러운 버섯에 관한 짤막한 구절에서도 놓치지 않는 촉수,

 

"곰을 잡으셨다면서요!" 키티는 자꾸만 미끄러지는 절인 버섯을 포크로 집는 데 괜한 정성을 기울이며 말했다. 포크를 살짝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하얀 팔을 감싼 레이스가 떨렸다[위대한 작가의 혜안은 자신이 삶을 불어넣은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영지에 곰이 있나요?" 키티는 매력적인 작은 머리를 그에게로 반쯤 향한 채 미소 지으며 말했다. (302)

 

[ ]안의 글은 나보코프가 부연한 글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연진희 역(민음사)으로는 2권 314~315 페이지에 나온다.

 

"곰을 잡으셨다면서요?"키티는 팔이 하얗게 내비치는 레이스 자락을 흔들며 미끄러워 잘 잡히지 않는 버섯을 공연히 포크로 찍으려 애썼다. "당신의 마을에 정말 곰이 있나요?"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그에게 반쯤 돌리고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두 번역이 다르다. 아예 문장을 나눈 대목도 있다. 연진희 역으로 보자면 나보코프가 감탄한 대목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다른 번역본은 어떤지 모르겠네...  

 

나보코프는 [안나 카레니나]의 제1부에 대해 "오블론스키의 집에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지만, 톨스토이의 왕국에는 모든 것이 정확히 제자리에 있다"로 시작해 얼마나 정교하게 모든 것들이 배치되어 있는지를 설명해 나간다.

역시 다른 사람, 특히 고수가  어떻게 읽는지를 엿보는 재미는 이 세상 재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올해 감기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아... .

기침만 안해도 살 것 같은데. .... 몇년에 한 번씩 정말 심하게 몸살 감기를 앓는군.

늙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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