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큼 몇 시간씩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나 집중력이나 건강이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책을 구입하는 속도보다 책을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좋아하는 책 몇 번씩 읽는 게 이제는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새로나온 책 구경을 빠뜨릴 수는 없다.

 

 

 

 

 

 

 

 

 

 

 

 

 

 

 

 

 

 

 

필립 로스, 조이스 캐롤 오츠. 두 작가 모두 노벨문학상 작가 후보로 거론되곤 한다는데, '캐롤'이 들어간 이름대로라면 평생이 즐거웠을 듯한 오츠도 그렇고 두 사람 모두 아찔한 작품들을 보여주는 듯하다. 캐롤의 작품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어둡고 황량한 책을 읽기가 좀 망설여진다. 늙어가는 몸과 마음이 격동을 겪고 있는 시기에, 현실의 어둠도 직시하기 싫은데 작품 속에서까지 어둠을 본다는 건 그닥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전락]은 천재 연극배우가 갑자기 재능을 잃음으로써 전 인생이 파탄나는 이야기를 다룬다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는 최근에 읽었고, 지금은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을 읽고 있는데. 몰락, 파탄, 그리고 폐병과 정신병으로 잃어가는 인생을 다룬 책을 읽고 있자니 깊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베른하르트는 분석적 소설 또는 논평식 소설을 쓰는 거 아닌가 싶다. 주로 인물을 다루면서 그 인물의 행동, 생각 등을 분석해나가는데 그것이 소설이 된다. [몰락하는 자]에서는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굴드 옆에서 망가져 가는 베르트하이머란 자를 관찰하며 분석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는 철학자 루트비히의 조카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정신병으로 망가져 죽어가는 상황에서 그를 분석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대학생인 마르코 스탠리 포그가 스스로 망가져 가면서 극단의 상황으로까지 몰고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본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묘사가 리얼하다. 죽음 가까이 가는 상황에서 구원하는 건 사랑이라고 폴 오스터는 쓴다. 나는 여기서 김이 좀 빠지기 시작했지만,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만큼 강력한 단 한 가지 것이다. (77)

 

설득될 것 같기도 하다.

필립 로스의 '전락'은 막을 수 있는 것일까? 무엇이?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이라는 영화가 있다. 유럽 어느 나라의, 왕자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진짜 왕자가 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미국 처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인상적인 장면은 빨래방에서 왕자가 처자에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편(소네트 148)을 해석해주는 장면이었다. 공대생(의대였나?)인 이 처자는 교양수업으로 셰익스피어를 듣는데 역시나 시나 문학적 감성은 약한데다 사랑에도 약하다. 왕자인줄 꿈에도 모른 채 날라리인줄만 아는 이 남자에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물어보는데, 손에 묻은 세탁세제를 털고 책을 들어 운을 살려 읽는 왕자의 목소리와 설명에 처자는 그 순간 하늘의 먹구름이 걷히고 태양을 보게 된다. 감독과 작가, 배우를 다시 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는 "Shakespeare saved my Life!" 이다.
죄수와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10년간 셰익스피어를 읽어나가면서 변화하는 삶을 기록하는 책인데,실화라고 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활용한 독서치료이면서 셰익스피어 강의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저 장면만큼이나 빠져들만한 수준의 글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살벌한 저주를 퍼붓는 솜씨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셰익스피어가 사랑의 노래는 또 얼마나 감미롭게 쓰는지 소네트를 보고 싶기도 하다.

번역 본 중 어느 게 가장 읽을만한지 모르겠다.

 

 

  이 책도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저자인 권용선은 내노라할만한 철학자의 공부에 관한 책을

 써왔다고 하는데 벤야민의 공부법을 통해 그의 사유를 읽으려는 책이라고 한다.

 '공부법'. 얼마전에 문학작가들의 '공부법'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으니, 철학자의 공부법이란 것도 관심이 간다. 어는 정도의 책일지는 모르겠다.  

 

 

 

 

 

 

 

 

 

 

그밖에

 

 

 

 

 

 

 

 

 

 

 

 

 

 

 

 

 

관심가는 책들이다. [전쟁기획자들], '시장 속의 군주' 장은 좀 수상스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을 것 같다.

[이노센트]는 이언 매큐언의 초중기 대표 소설. '거대한 사건들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이 발현되는 상황'에 줄곧 흥미를 가져온 작가가 CIA와 MI6의 실제 합동작전을 소재로 1990년 발표한 네번째 장편소설이며, 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하의 베를린에서 펼쳐지는 한 청년의 잃어버린 순수와 사랑을 그렸다, 는데, 이언 매큐언은 꼭 읽어봐야지 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영화에 대한 글들을 모은 책. ... 그의 영화에 대한 글보다는 소설, 책에 대한 글을 더 읽고 싶은 게 솔직한 바램이다. 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  해줘야 할 일들이 더 많은데 ... 갈증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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