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벌인 이라크전쟁. 부시는 전쟁의 정당성을 이라크가 가지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에서 찾았다. 그러나 결국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는 없었다고 밝혀지면서 세계적인 비난을 받아야했다.
[기드온의 스파이] 2권에는 이와 관련한 미처 알지 못했던(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는) 인물과 그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가 실려있다.
2005년 부시와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를 위협하는 일이 논란이 되었는데 블레어 수상의 승인하에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문서가 각색되었다는 BBC의 보도가 그것이었다. 문서 조작에 관해 제보한 이는 데이비드 켈리 박사였다.
켈리 박사는 생물학 무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였는데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끝나자 바그다드로 가서 대량살상무기 조사에 참여했다. CIA와 MI-6가 이라크가 세균을 대량으로 퍼뜨릴 수 있는 미사일과 포탄을 비밀리에 개발했다고 켈리 박사에게 알려줬지만 켈리 박사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켈리 박사는 영국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했다. MI-6를 비롯해 영국 정보계는 켈리 박사의 증언을 믿지 않았다. 애초에 대량살상무기 첩보를 제보한 기관은 MI-6였다.
2005년 7월 켈리 박사는 자택 인근 숲속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수사기관의 발표는 자살.
그러나 켈리 박사는 이미 자신이 어느날 숲속에서 시체로 발견될 수 있을 거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했고, 죽기 전날 밤 어딘가 누구와 계속되는 통화를 했다, 켈리의 죽음에 의문을 가졌던 의사들이 있었으나 이들 중 누구도 법정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것 등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들은 풀리지 않은 채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켈리 박사는 CIA와 MI-6 등 정보기관과 그동안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던 박사였다.
그런 그가 협조를 거부하고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된 순간 그는 암살 대상이 되었다.
저자에게 모사드의 부장을 역임했던 자는 이렇게 말해준다.
"외부 사람들에겐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문제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잘 알려진 정보 세계의 어두운 측면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키돈이 이런 일을 하지만 다른 정보기관들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암살자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197)
켈리 박사의 사건은 영국 록그룹 라디오헤드가 <Harrowdown Hill>이라는 곡으로도 다뤘다고 한다. 'Harrowdown Hill'은 켈리박사의 시체가 발견된 숲이라고 한다. 그만큼 영국 사회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인 모양이다.
권력이든 정보세계든 밀착해 일하던 이가 어느날 내부고발자가 되는 경우.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절대로 없지 않다는 것. 미스터리인데도 미스터리로 남겨둔다는 것. 명백히 밝혀지긴 어렵고 시간이 흐르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그땐 이미 과거, 역사가 되고 만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나라나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일이다.
나는 지금 음모론과 합리적 의심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불확실하고 애매모호한 시절을 나고 있다.
때마침 그의 소설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 한 권 읽어본 적밖에 없는 김진명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하니 요즘 그의 소설 속 세상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TTAAD] 사드. 한번 읽어볼 용의가 기꺼이 있다. 그래, 음모론이든 합리적 의심이든, 한번 빠져보는 거야. 관심없는 사람들에겐 그냥 굴러가고 있는 세상이고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다.
[기드온의 스파이] 2권에서 언급한 일들은 더욱 무섭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많다. 인종폭탄이라니... 아, 정말 끔찍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료약은 아직 없다고 하는데 미국은 자국 감염 환자를 실험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호전시켰다는 뉴스가 오늘 나왔다. 치료약 개발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애써 믿지 않거나 푹 빠지거나 극단을 경계하고 세상에 의문을 던져보는 정도.
어떤 편견을 두지 않고, 있는 단서들을 쫓아가보는 것, 메워지지 않는 공간은 어떻게 채우나....현실적 상상력.
소설속에 음모 아닌 음모를 넣어둔다.
제목을 '바늘을 어디에 숨기나...'로 해야 하나 '바늘은 어디에 숨기나...'로 해야 하나 고민했다.
조사의 어려움이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