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라 3부작 중 2부 [오너러블 스쿨보이]가 빠지는 바람에 시작과 끝을 먼저 보고 말았다.

2부에서는 뭔 얘기가 전개됐는지 덩달아 궁금해진다. 보고 싶다. 

조지 스마일리와 카를라는 각기 다른 진영의 정보부를 대표하는 에이스 들이며 완벽할 것 같지만 치명적인 약점(그것이 약점이라면... 허긴 그 바닥에선 약점일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 바닥이 몹쓸 곳이지만, 그렇게 만든 건 또 ... 악순환같은 것, 말장난 같은 것)을 똑같이 지닌 어쩔 수 없는 인간 들이다.

쌍둥이 타워처럼 쌍벽을 이루며 사과의 반쪽들처럼 똑같다.

그래서 어차피 한쪽이 패배했을 때 승리한 채 남겨진 쪽에게 닥친 '우리 자신의 탐욕은 물론, 바깥세상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의 문제'(존 르 카레)란 어찌나 막막하고 헛헛하고 한없이 쓸쓸한 것인지, 여운이 길었다. 

조지 스마일리는 카를라를 잡을 기가막힌 정보를 가졌다며 자신을 만나고자 했던 옛 스파이 블리디미르의 죽음을 전해듣고 현장으로 돌아온다.

카를라, 오래 전에, 회유에도 불구하고 죽을 지도 모르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한 자, 결국 돌아가서 거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스마일리의 조직을 산산이 부서뜨렸다. 스마일리와 사랑하는 여자 앤까지.

'사랑을 가득담아. 앤이 조지에게'라는 문구를 새긴 라이터가 등장할 때마다 어쩐지 내 마음도 스마일리의 조직처럼 와르르 무너지곤 했다.

[팅커, 데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카를라는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스마일리가 지닌 약점, 앤에 대한 말을 스마일리에게 전한다.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안나는 데 이 대목은 여전히 생생하다. 스마일리에겐 조롱이기도 하며, 치욕이기도 하며, 치떨리는 분노를 일으키는 장면이지만 르 카레의 묘사는 담담하다. 대단히 폭발적인 장면인 듯하지만 참으로 건조하다. 르 카레는 그렇게 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한다.

 

스마일리는 한물 간 스파이 블리디미르가 마지막으로 물었던 '한 건'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 사람들을 만나며 질문하고, 짐작하고 추측하고 추론해낸다. 각 장이 기가막히게 쫄깃하다. 읽는 맛이란 이런 것이다.

그들은 스마일리의 사람들이다. 토비 이스터헤이스, 코니 삭스, 피터 길럼, 마지막으로 카를라.

지치고 슬퍼지려 할 때 존 르 카레의 책을 들고 읽기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2부 [오너러블 스쿨보이]도 번역 출간해줬으면 좋겠다.

 

월드컵 조추점을 보고 자느라 늦었고 그럼에도 일찍 일어나서인지 두통이 심하다.

내년이 월드컵의 해이군. 죽음의 조가 많아서 일찍부터 바짝 쫄이며 보겠다.

2014년. 또 어떤 해를 맞이할지. 나이들면서는 한해 다가오는 게 설레기 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선다.

 

김종대의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를 읽기 시작했는데, ... 더 읽어봐야겠지만, 대단한 논픽션의 솜씨... 보다는 살짝 못 미치는듯해 보였다. 다루는 내용 보다는 그것을 엮어나가는 글솜씨의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끝까지 봐야할 것 같다.

우리에겐 김종대 같은 사람의 존재가 귀한 거 아닌가 싶다. 기자들이 좀더 잘해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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