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이자 군사문제 전문가의 [시크릿파일 서해전쟁]은 아주 재밌다. 

625때도 조용했던 서해 5도 섬 일대가 남북간 긴장고조를 넘어서 실제로 포격과 침몰 등으로 인명살상이 빈번히 일어나는 전쟁터가 된 이유들을 따지고 들어가며 남북간 군상황과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이 얽힌 한반도 군사 대치 상황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된 책이다. 군장성 35명의 증언으로 재구성해본 논픽션 책으로 아주 오랜만에 재밌게 흠뻑 빠져들어 봤다.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2010년 3월 26일 문제의 천안함 침몰사건(김종대는 천암함은 북한 어뢰정에 의해 당한 사건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대청해전 후 3개월 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서해에 천안함같은 1,200톤급 초계함이 적접지역에서 그렇게 느린 속도로 항해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관점을 제기하긴 하지만),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일련의 다섯 차례 교전을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서 산발적으로 듣게 되는 것 이면의 일들을 쭉 꿰어가며 사태의 흐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많은 책이다.

읽다 보면...... 이건 이적 행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판과 비난이 적나라하다.

우리 군 사정이, 수준이 이 정도란 말인가? 놀라게 된다. 또는 .... 그렇지 뭐, 이런 반응을 하게 된다.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는 이 군관련 문제는 솔직히 하나의 입장이나 설명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본다.

잘 모르기 때문에, 아 이런 견해도 있구나,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생각해야된다고 나는 본다.

그러나 단 하나, 어쨌든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행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물며 군 문제는 반드시 민통제와 억제력 하에 둬야 한다.

 

또한 우리는 언제나 남북 당사자간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역시나 김종대 또한 후반에 가서는 한미연합사와 미합참, 미태평양사령부 관계를 언급하며 (미국에 의지해야만 한다고 보는 이들은 아예 되찾고 싶지도 않는 듯한)전시작전통제권을 아직도 갖지 못한 우리 군의 대미의존에 의해 생기는 각종 문제점들도 지적하고 있다. 정말 우리 군과 정부는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면 미본토와 미합참, 미태평양사령부의 지침을 받는 일개 예하 부대장'에 불과한 한미연합사령관과만 협의하고 의존하려고 하는가? 정작 미합참이나 태평양사령부쪽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는 일은 등한시 하고 말이다.

정말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가 뜨려면 미군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건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의주까지 피난가면서 아예 명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가. 명군을 불러와야 하고 결국 명군이 들어와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간헐적인 전투들이 벌어지지만 명과 일본과의 지리한 협상이 이어진다. 조선은 그때 어디있었는가. 이때 이미 조선의 남쪽 3개도를 일본이 갖겠다는 얘기가 오갔다는 거 아닌가. 임진왜란은 7년 전쟁이었다.

김훈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운명 '약소한 나라'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싶다. 우리는 절대로 독립적인 무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국가인지도 모르겠다. 평화를 너무 사랑한 민족이라서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쉬운 건가 싶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런 생각은 그들 머리 구조상 생겨나지 않는다. 그들에겐 부끄러움이나 차마 하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 없다.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종자들이다.

권력을 가졌거나 돈을 가진 자들은 전쟁조짐이 보이거나 발발하면 제 살길 잘 찾아가게 돼 있다. 결국 또 죽어나가고 오도가도 못한 채 이땅을 지켜야 하는 이들은 뻔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니 이 뻔한 사람들아 좀 뭐 좀 알고 제대로 좀 하자.

이런 책도 좀 부지런히 읽었으면 싶다.

하긴,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다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니.... 지긋지긋하다.

 

 

 

 

 

 

 

 

 

 

 

 

 

 

 

김종대는 다섯 차례의 교전을 재구성해보는데 정치외교학 분야 고전반열에 오른 한 그레이엄 엘리슨과 필립 젤리코의 공저 [결정의 엣센스]를 참고한 듯 하다.  

이 책은 1963년 쿠바미사일 위기를 다룬  것인데, 한 나라의 외교정책이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국가가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기 보다는 대규모 관료조직의 조직논리 및 그 조직의 장을 맡고 있는 자들의 정치적 흥정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쿠바 미사일사태라는 역사적 사건의 사례를 들어 보여주는 책이다.

'사건을 보는 세 가지 창문'이라는 비유를 통해 세 가지 모델, 제1행태(합리적 행위자 모델)와 제2모델(조직행태모델), 제3모델(정부정치모델)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 국제정치학 연구서라고 한다.

시간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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