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정유정의 [28]과 조엘 디케르라는 작가의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난감해 하고 있다.

 

 

 

 

 

 

 

 

 

 

 

 

 

 

 

계속 읽어야 하는지, 중단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28]은 다루고 있는 주제나 사건 자체도 대단히 엄혹한 것이고 실어나르는 문장들도 단단해서 다시한번 정유정의 힘을 느끼게 하지만 뭔가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읽어나가는 걸 망설이게 하는 뭔가가 있다.

새로움이 없어서인가? 내게 너무 늦게 당도한 책인가? 이미 어느 정도 다 아는? 사실 화양이라는 현실적인 가상도시에서 발생한 전염병과 개를 중심으로 한 재난소설이라는 정도의 정보밖에 가지고 있지 않고 전개라든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도 갖고 있지 않다. '재난'이 발생할 때 생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일까?

인물들을 옥죄는 가혹한 일들을 대하기가 불편한가?

이런 장르의 소설치고 그렇지 않은 게 있나? 취향의 문제도 아니다. 여튼 뭔가가 있다.

'치밀하고 압도적인 서사, 숨 쉴 틈 없이 달려가는 문장,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

이 소설을 압축한 홍보문구 그대로인 것 같은데 너무 뜨거워서일까?

아무래도 새로움이 없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끝을 봐야 하나?

 

처음 만나는 작가 조엘 디카르의 [HQ]는 또다시 광고문구에 혹해서, 보고 있는 건데, 읽다가 앞표지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봤다. 작가가 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1985년. 데뷔한 해가 아니라 출생연도. 만28세이니 우리 세는 나이로 스물아홉이다. 아주 어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리다.

나이로 이러고 싶지 않은데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찌하나.

사건이 궁금하긴 하나 800페이지가 넘는다.

'압도적 흡인력, 악마의 숨결처럼 압박해오는 강렬한 이야기의 힘!'

[HQ] 뒷표지에 실린 압축된 홍보 문구다.

두 소설 모두 허하다. 꽉 짜여지고 압도하는 서사가 있을지 몰라도 어쩐지 텅 빈 느낌이다.

어딘가 헐겁기 때문일 것이다.

어째서인지 알기 위해서도 끝을 봐야하나?

[HQ] 1권은 어쨌든 읽어볼 생각이다. 2권은 그때 봐서.

 

후와님의 [이모부의 서재] 구입을 며칠 째 망설이고 있다.

처음엔 당일배송이 아니라 미뤘는데 당일배송이 되는 오늘도 망설인다.

지금은 책을 읽을 때가 아닌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때가 있다. 이상하게 책에 심드렁해질 때.

그럴 때는 잠시 쉬어도 좋지 않을까.

후와님 서재를 종종 방문하는데 이분의 무거움이 가끔 걸렸다.

책 제목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느낌.

지나친 겸양과 포기한듯하면서도 놓지못하는 고집 같은 느낌이랄까.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한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으니까. 

아마 자의적 의지보다는 다른 이의 제안에 응답해서 갖게 된 기회였기에 주저함이 있었던 듯하다.

민망함을 감수하는게 차라리 나았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뭐,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것이니까. 

 

9월의 마지막 날이 있고, 10월의 첫 날이 있으며 하루 쉬는 날이 있는 주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내려가봐야 할지도 모른다. 주말에 내려가볼 계획을 갖고는 있었지만 여의치 않으면 금요일도 제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평온했으면 한다.

그때 후와님의 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직감처럼 느낌은 들지만 뭐라 말할 수 없는 심정들.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에 한심스러워지는 오전이다. 

확실히 여름이 가버려서 나의 계절도 끝나고 기나긴 추위와 우울과 싸워야 하는 날들을 앞두고 있어 만사가 한짐같다.

봄바람을 다시 맞을 수 있을까. 지난 시간은 휙 스쳐온 듯한데 닥칠 시간 앞에선 너무 멀어 늘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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