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자기 전에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휘리릭 넘겨보다가 뜻밖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읽을 때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작가들의 첫 작품이 궁금해져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하루키의 데뷔작만 생각나서 펼쳐봤다.

오랜만에 다시 읽은 하루키의 데뷔작, 1~2장은 정말 좋다. 구원으로써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하루키의 소망이자 뱃심이 읽혀지기도 한다.

작가들은 이렇듯 구원을 기원하며 글을 쓰는 걸까.

 

115페이지에 하루키가 만들어낸 작가 데릭 하트필드라는 이가 '끔찍하게 좋아했던' 책이라는 데,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라는 책을 소개한 대목은 이렇다 .

 

나는 이 방에 있는 가장 신선한 책, 즉 알파벳 순으로 된 전화부에게 진실만을 얘기할 것을 맹세한다.

인생은 텅 비었다고, 그러나 물론 구원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완전히 텅 빈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로 고생에 고생을 거듭하며 열심히 노력하여 그것을 소모시켜서 텅 비워버린

것이다. 어떻게 고생하고, 어떤 식으로 소모시켜 왔는지는 여기에다 일일이 쓰지 않겠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알고 싶은 사람은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읽어주기 바란다.

거기 전부 씌어 있다.

 

하트필드가 <장 크리스토프>를 끔찍하게 좋아했던 이유는, 그 책이 한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참으로 정성스럽게 차례대로 묘사하고 있는 데다 엄청나게 긴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정보인

이상 그래프나 연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으며, 그 정확함은 양에

비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네. 베토벤을 이상화하여 만든 장 크리스토프라는 천재 음악가의 일생을 그린 소설이라는데 분량이 장난 아니다. 일단 당장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범우사와 동서문화사 두 곳에서 나온 게 대표적이네. 둘 다.... 섭섭하다.

 

나가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쯧쯧.

 

 

 

 

 

 

 

 

 

 

 

 

 

 

 

 

 

 

 

 

 

 

 

 

ttb 광고 책장의 책들은 서재를 새로고칠 때마다 위치를 변동하는 모양이구먼. 그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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