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비오는 월요일. 딱 싫어하는 날씨와 요일. 걸맞게 아침부터 신경거스르는 일들의 연속.
새로나온책 둘러보다 곧 출간될 고미숙의 라이벌 평전 시리즈 첫번째 다산과 연암을 다룬 [두 개의 별 두개의 지도]에 관심이 갔다.
사주명리를 기반으로 두 사람의 기질과 운명을 조명해보고 18세기 지성사를 정리해가는 모양인데, 퍽이나 흥미로운 기획이긴 하다. 예전부터 예고되었던 터라 난 이미 나왔는 줄 알았는데 이제야 나오는 모양이다.
고미숙을 비롯해 몇몇이 불러일으킨 연암 박지원 열풍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아마 2004~2005년도쯤 아니었나 싶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기이기도 했고 정조의 시대이기도 했고 .......
나도 그 때 [열하일기]도 읽고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기도 했다.
연암과 더불어 이른바 백탑파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시기였다. 정조와 그야말로 젊은 그들의 이야기.
조선의 마지막 불꽃이 절정이었던 시기에 문체의 시대였고 젊은 이들의 시대였지만 결국 흩어져버렸던 시대의 이야기.
사주명리에 쬐끔 관심을 가졌던 풍월로 보니 고미숙이 '물의 기운'을 지닌 연암과 '불의 기운'을 지닌 다산의 기질과 운명의 차이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아마도 내가 연암에게 그리 썩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것도 (잘은 모르지만) 불의 기운을 가진 탓이었나 싶다.
지장간까지 봐도 불이 많다. 하하하하하.
[열하일기]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재밌다 정도에 머물렀다.
연암이 과거시험을 보지는 않았지만 평생 야인으로 지낸 건 아닌 것 같고, 뭐 지방 행정직일지라도 군수에도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오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서두, 어쨌든.
문장이 좋고 글도 뛰어났다지만 한글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배운 적도 없었던 것 같고, 대다수 사대부들이 그랬겠지만.
다산에게서 놀랐던 점은 그가 남긴 글들을 읽다가 아들 형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힌 처세에 대한 당부를 읽었을 때였다.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정조는 죽고, 가문은 풍비박살나고 귀양가면서인지 귀양가서인지 집에 부친 편지에,
가문이 이미 '폐족'이 됐지만 이럴 때일수록 다른 것에 기웃거리지말고 글공부에 매진해야 하며(입신출세를 위해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 어떻게든 한양을 사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이걸 가문의 명예를 지키라는 정도로 보기 보다는 고미숙 말처럼 '중심지향'적 태도를 고수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김훈의 천주교 배교와 다산을 다룬 글은 이미 유명하니 언급할 필요가 없고.
연암의 물처럼 유유자적한 삶과 다산의 빡빡한 삶은 달라도 너무 다른 거다.
아, 어쩌란 말이냐, 생긴대로 살아야지, 억지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 같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