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환절기 모드로 돌입했나? 벌써부터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갑상선쪽인가 의심스러워 작년에도 검진을 받아봤지만 특별히 나쁜 곳은 없는데도 내 몸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절이 변화하기 시작하거나 하면 여지없이 부슬부슬해지는 걸 반복해왔다. '봄을 재촉하는 비'라는 기상예보의 멘트를 듣고 작년엔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는 다시 지겹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살아오면서 매해 듣는, 많이 듣는 말들, 언젠가처럼 그만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싶은 위험한... 감정 상태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이남석의 [뭘해도 괜찮아]에는 장정일의 시가 나온다. 어디에 실린 몇 년도 시인지는 잘 모르겠다.
job 뉴스
봄날,
나무 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를 본다.
왜 푸른 하늘 흰 구름을 보며 휘파람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을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소풍 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놀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비둘기 떼의 종종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뭇잎 사이로 저며 드는 햇빛에 눈을 상하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무 벤치에 길게 다리 뻗고 누워 수염을 기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40억 인류의 job이 될 수는 없을까?
고1 아이들과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진로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시다.
아이들은 장정일의 저 질문(왜...job이 되지 않는가?)에 당연히, '그거야 돈을 받을 수 없으니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대답한다.
선생님은 이 시로, 아이들의 저 대답, 생각에 어떤 얘기들을 해줄 수 있을까? 뒷 얘기는 책으로 확인해보면 될 것. 실망스러울 수도, 최선이라고 생각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