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생각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그리 멀지 않았다. 작년부터 새로운 일을 배워왔는데 3월말부터는 봉사활동을 시작할 것 같다.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이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잘 알고 있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사실 많이 두렵고 생각이 복잡하다. 개인사를 생각할 때 마음이 심란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이다. 아직도 자기 그릇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 이렇게나 살고도 여전히 미련을 갖는다는 게 바보같기도 하다. 이미 한판은 예진작에 끝난 셈인데. 청소년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저 자신이 이렇게나 흔들리는 늙은 중년인데 얘들에게 괜찮나 싶기도 하고, 아직은 흔들리는중이지만, 시작전까진 마음까지 준비를 끝낼 셈이다.

 

이남석. 꽤 오랫만에, 대단한데~라는 감탄을 하며 저자 프로필을 다시 찾아봤다.'하이브리드형 작가'라는 신종 작가군으로 분류되는 모양인데 심리학을 전공했고,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 박사 과정을 마쳤다고 소개된다. 인터렉션 사이언스, 와우~. 학창시절 왕따(어린데다 몸집도 작고 약해서 별명이 '남순'이었다 한다)였다가 폭력의 가해자, 방관자를 넘나들며 온몸으로 10대를 살아온듯하며, 부대원들이 '실탄'을 가지고 벙커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살벌한 수색대출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몸과 머리가 이런 글을 쓰는데 최적화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계절 지식소설이라는 시리즈 타이틀을 지니고 계속 나오고 있는데, 난 이남석의 [주먹을 꼭 써야할까]와 [뭘해도 괜찮아] 두 권을 이제야 읽은 셈이다. 각각 '십대를 위한 폭력의 심리학'과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이라는 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소설형식을 빌어 주제를 싣고 있다는 점에서 [소피의 세계]와 비슷했던 거 같다. 소설의 완성도에 촛점이 맞춰있기 보다는 얼개를 통해 인물에 감정이입하면서 각 주제를 풀어가게 되어 있어서 정작 대상인 청소년들이 얼마나 쉽게 이해하며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해법이나 용기를 얻을지 그것이 궁금했다. 나는 흥미롭게 봤는데 말이다.

두 책을 관통하는 건 책이다. 책을 통해 생각을 키워가고 닥친 문제들을 풀어갈 해법을 찾아가는 끈으로 삼는다. 소개된 책들을 재미있게 끌어들이면서 유효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그점도 재미있었다.

어려운 건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이다. 책이 넘쳐나지만 책에 신물내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 책을 '잘' 읽을 수 있기만 하다면 사실 뭐가 문제가 될까 싶기도 하다. 학창시절 어렵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책을 읽어가는 게 얼마나 필요한 건지 아이들이 느껴줬으면 하는 바램만을 가지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지 부딪쳐봐야지 알 것 같다. [주먹을 꼭 써야 할까]에 나오는 일진 정도는 낭만적으로 보인다. 얌전하게 묘사되어서 더 그렇다. 소설형식을 빌었음에도 실제로 사용할법한 쌍욕이나 행태는 생략되어 있다. 현실은 더 삭막하고 살벌할 것 같은데 그래봤자 애들이잖아 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어른들의 안일한 생각이지 않나 싶기도 했다. 이 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마시고.

 

청소년들을 향해 어줍짢은 힐링이나 계발서나 심리상담이라고 나열해놓은 그런 책을 만날까 늘 조심스럽다. 공짜로 줘도 사양이다, 그런책들은. 요즘 너무 많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힘만 지닐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

 

사계절 지식소설 시리즈 

 

 

 

 

 

 

 

 

 

 

 

 

 

좀 오래됐지만 이남석의 책들. 그 중 몇권은 궁금하다.

 

 

 

 

 

 

 

 

 

 

 

 

[주먹을 꼭 써야할까?]에 나오는 소설들. [평화만들기101]은 소설은 아닌데 학교 폭력에 대한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권한다'는 책인다. '웃으며 폭력을 이겨내기' 맥락의 아이디어를 주는 모양이다. 실화들. 이문열의 소설 빼고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이나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읽어보지 못한 책이다. [앵무새 죽이기]야 그레고리펙 주연의 영화로 본게 전부다. 어릴 때 봤었는데 기억도 잘 안난다. 어떻게 된게 다들 오래된 텍스트들을 여전히 사용하나 싶다. 고전이기도 하겠지만 이남석의 문제인가, 정말 더 좋은 요즘의 텍스트들을 못찾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뭘해도 괜찮아]에 언급되는 책들.

특히 괴테의 소설들은 꼭 읽어보고 싶다. [편력시대]는 절판된 상태인데 이남석은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인생설계를 강요하는 어른들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있다. 읽고 싶다.

 

 

 

 

 

 

 

 

 

 

 

 

 

 

 

 

 

 

 

 

 

 

주인공 태섭이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책이 나오는데, 링컨의 1인칭 시점으로 된 자서전 형식의 소설이라고 소개된다. 이남석 자신이 구성한 '가상의 링컨 위인전'이다. 작가답네. 나이 쉰에 이르러 상원의원 선거에서까지 떨어진 시점에 쓰는 것으로 설정했다. 책에서 왜 이 책을 주인공에게 권했는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성공하고 나서 회상하는 방식으로 쓴게 아니라는 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 좌절의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것',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에 대한 것, '자신의 고통이나 불안을 잘 다룬 사람'에 대한 것 등을 꼽았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은 어떤 이들에겐 참 쉽지 않는 거다. 자신을 믿고 가야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들은 이해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다 똑같은지, 아니면 진짜 그런 사람들, 태생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똘똘 뭉치다 못해 하늘을 찌르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건지. ......

 

링컨, 어린 시절에 위인전으로 읽은 뒤로 흥미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인데 어렸을 때도 위인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좀 삐딱했다. 커서는 주로 평전을 보게 되는데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인생모델을 읽히게 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필요는 있겠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많이 언급되는 외국의 위인들, 링컨, 간디, 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인물이 누구지(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뭐, 옛날에도 잘 몰랐다, 주목해서 본적이 없어서), 청소년들에게 위인들을 보게 하는 건 참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인것 같다. 솔직히 링컨이나 간디에 대해서 잘 모른다. 좀 들여다봐야 하나, 쌩 까야하나?

 

 

 

 

 

 

 

 

 

 

 

존 포드 감독의 1939년작,

블루레이로 새로 제작된 모양인데 알라딘에서 초특가 판매하고 있다. 다른 것들과 함께 주문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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