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웃기는 김어준이 사라지고 난 한달여의 삭막함은 한겨레신문의 하니TV <김어준의 뉴욕타임스>가 그 없이 어떻게든 꾸역꾸역 회를 채워나가고 있음에도 감출 수가 없다. 이번 204회 방송에서 제작진은 국외에서 '망명정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김어준의 말을 전해줬다. 웃겨죽는 줄 알았다. 여전한 명랑함이란........ . 

망명정부라는 말을 듣고 김광균의 시 한구절이 떠올랐다. 학창시절 이 시는 다른 어떤 시보다 인상적이었고 특히 이 한구절은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구절이다. 다들 잘 아는 ........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김광균,「추일서정秋日抒情」)     

라는 구절 .

 

이 구절은 김어준의 말 때문이 아니라 며칠전에 이미 한번 떠올렸던 시구였다. 작년 여름 사놓고 보지 못하고 있던 김기협의 [해방일기]도 올해 들어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 폴란드망명정부 언급은 1권 1945년 9월 3일자 '일기'에 나온다. 9월 3일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 김구'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나왔다. '3천만 동포에게 고함'.

 

 

 

 

 

 

 

 

 

 

 

 

 

 

 

 

일제의 통치가 종식된 시점에 망명으로부터 고국으로 돌아와야하는 임정으로서는 넋놓고 있을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임정이 돌아와 할 일들까지 공표한 성명서였다. 김기협은 당연히 임정의 '가치'에 대해 묻는다. 무엇을 했던가.

 

자기 앞가림도 잘 못하는 장개석 밑에서 놀던 조무래기들 아닌가.

 물론 우리는 안다. 장개석 밑에 매여 있었던 것이 어떤 부득이한 사정 때문이었는지. 겉으로 드러난 창대한 업적은 없더라도 어려운 세월 동안 그 깃발 하나 지켜온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그리고 민족의 앞날을 위한 어떤 훌륭한 생각들이 임정을 중심으로 어떻게 펼쳐져 왔는지.

 그러나 이런 것은 우리 한국인끼리나 알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폴란드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망명정부를 지키며 백만 가까운 병력을 연합군에 제공하고 국내의 독립운동도 치열했던 폴란드를. 그 폴란드가 패전국 일본보다 더 참혹한 대접을 받지 않았던가. 우리 임정이 그들에게 폴란드보다 좋은 대접을 받을 밑천이 무엇이 있었는가? (161)   

 

폴란드역사를 잘 알지 못한다. 폴란드 망명정부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단순 비교할 수 있는것인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김기협의 견해는 저렇다. 알아볼 일이다. 김광균의 저 시를 읽을 때, 저 싯구를 인상깊어 할 때, 왜 더 깊이 파들어가지 못했을까. 김광균이 저 싯구를 창작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김광균은 어떤 시인이었나?

 

 

 

 

 

 

 

 

 

 

 

 

'낭만적 감상성', '주제를 깊이 확보하지 못함'.......

 

폴란드 망명정부, 1939년부터 1990년까지로 돼 있는데, 이는 종전 후 폴란드가 공산화되면서 망명정부는 계속 유지됐다는데 이 또한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는 임지현의 '폴란드 민족해방운동사'가 흥미로운 얘기들을 전해줄지도 모르겠다. 동유럽사도 언젠가 보고싶다.

 

 

 

 

 

 

 

 

 

 

 

 

 

 

 

셰익스피어 역사극을 읽기 시작했다. 심벨린, 존왕, 리처드2세, 리처드3세까지. 역사는.... 놓칠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고, 언제나 흥미롭다. 아마도 이는 유전자 문제일지도 모르고 기질적인 문제일 것이다. 추하게 늙고 싶지 않다.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에 남몰래 쓴다'던 시인은 시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김광석이 무심하듯 부르던 그 '타는 목마름'이 기억에 생생한데 이 시를 읊으려할 때 그 시인을 떠올려야 한다는 건 이제 참혹한 일이 되버렸다. 우린 왜 이런 일을 이다지도 흔하게 겪어야 한다는 말인가.

 

셰익스피어는 어쩌면 '저주'에 관한한 탁월한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이다지도 '저주' 가득한 말들이 난무하는 작품들을 본 적이 없다. 저주에 관한한 따로 사전을 내도 되지 않을까? 셰익스피어식 저주사전.

지난주 일끝내고 주문한 김정환 번역의 책들은 주중에 배송될 예정이다. 당일배송이 사라졌다고 채널돌리다 언뜻봤다. 요즘 알라딘 당일배송도 '이틀배송'으로 바뀐 것 같다. 예측 불가능한 일이 한가지 더 는셈이다.

뉴스를 보지 않는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시사관련 프로그램도 전혀 보지 않는다. 나의 망명정부는 어따 꾸려야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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