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늙어서 MBTI성격유형검사를 했다. 그렇게 됐다.

상당히 놀라웠다. 별자리나 혈액별 성격 심리 유형같은 이현령비현령 같은 건 적어도 아닌 듯했다.

분명히 유형에따라 분류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셩격유형별 특징들을 뚜렷이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집단 검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놀라웠다.

나는 잘 몰랐지만 요즘은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 MBTI 검사를 상당히 많이 하는 모양이다.

최근에야 나는 이런 세계도 있음을 알게됐다.

인터넷에도 많이 있다. 간단하고 개략적인 것일지라도 나같은 경우는 전문검사 절차를 통해 해본 결과와 같았다.

애니어그램 검사도 한 번 해보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투명하게 드러나는 내 성격유형 특징들을 이미 본 마당에 더 해봐야,

검사한다고 해서 성격개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걸로 됐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카를 융의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캐서린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마이어스, 손자 피터 마이어스까지 3대에 걸쳐 70년 동안 연구, 개발된 성격유형 검사다. 4가지 선호지표는 쌍을 이뤄 8가지 대표적 표현들을 얻으며 이를 통해 총 16가지 성격유형이 산출된다.

 

하여 내 성격유형에 따라 책 취향도 영향을 받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됐다.

드디어 [레미제라블] 1권을 읽기 시작했고 절반쯤에 도달했는데,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쟝발장이 등장하고부터의 얘기에서, 쟝발장이 자신에게 묻는 그 질문들(1부 2편 전락, 7. 절망의 이면 p.142~151)은 우리가 흔히 빵 하나 훔친 죄로 감옥에 가고, 자신에게 잘 대해준 주교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친 쟝발장 얘기만 알고 있던 그 이면의 얘기, 우리에게(적어도 나에게는) 미처 닿지 못했던 쟝발장의 진면목의 시작, 그부분은 이 책을 계속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추동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팡띤느가 나오는 대목에 이르렀는데, 이 정신없는 시기에 내가 계속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깊은 회의에 사로잡히게 된다. 너무 곁가지들이 많어. 나는 거의 직선형이라 내러티브도 곧바로 뻗어나가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선호함이 분명하다. 세세하고 정확한 것 보다는 전체적인 조망을 선호한다. 발목을 잡는 디테일들에는 상당히 어려워하는 편이다.

고작 1편 절반을 읽는 동안 너무 지쳐버렸다. 아, 이런.

 

내가 소설을 읽는 데, 무엇보다도 본격문학을 읽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오랜 시기 동안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나의 성격유형과 모종의 관련이 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핑곈가? 쩝. 4가지 지표 중 어느 한 지표의 지수가 다른 지수들 보다 상당히 높은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뚜렷한 성격을 표출하고 있는 바에 따라 내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런 젠장, 얼마나 더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건가. 갖지 못한 부분 보다 가지고 있는 부분을 십분 활용하는 쪽이 나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욕심인가 싶기도 하고, 다 가지려 하는. 어느 한가지는 느슨한대로 그렇게 사는 것도, 적응하며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튼, 최근 몇 달 사들인 책들도 대개가 본격문학작품들인데 ....... 한 번 손에 잡으면 끝을 보는 이런 내 성향대로 잘 안읽힌다.

어렵다,씨바.

길들이는 게 필요하다.

 

유세현장에 나가볼까 생각도 해보고, 같이가자고 연락해볼까 하다가 에이, 춥고, 시간 아껴서 책이나 읽자로 마음이 급선회하는 중이다.

그래서 일좀 보고 본격적으로 읽어보려고 꺼내든 책은 윌리엄 깁슨의 [카운트 제로].

딱 20페이지 읽고 뒀더라고.

SF와 내 성격유형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읽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레미제라블]도 계속 도전해보는거다. 올해가 가기 전까지 읽을 자신이 점점 없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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