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의 [멘토의 시대]를 읽으면서, 음, 그 이전에 [한국현대사산책]을 읽으면서도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진중권이란 인물의 얘기가 없는 걸까? ................ 아, 이렇게 어두웠다니... 까맣게 몰랐다. 얘기들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2002년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격렬한 논쟁을 거치며 두 사람은 말도 섞지 않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2002년 전후라면 내 생애 가장 바빴던 시기였다. 정말이지 내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일이 몰렸던 시기였다.

먹고 살기 바빴다고 딱히 말하기 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몰두했던, 강하게 집중했던 시기였으니까. 그렇다고 주변 돌아가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진 않은데... 이 두 사람과 얽힌 얘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던건지,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건지 한 시절의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사건을 놓쳤다는, 그만큼 무심하고 둔감했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느지막히 일어나 인터넷 기사 클릭해가며 오전을 보내는데 지승호 인터뷰 기사를 뒤늦게 보았고, 비로소 강준만과 진중권 사건을 알게 됐다. 그 뒤로 인터넷을 뒤지며 당시 기사들과 글들을 모아가며 읽고 있다.

강준만, 진중권, 김어준 세 사람이 벌이는 토크쇼가 벌어진다면 대박이겠다. 아 만나서 체면만 차리다가 조심스럽게 덕담만 하다 헤어질 수도 있겠다. 서로의 성격상 일단 만나면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이벤트를 왜 하나, 라는 실없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세 사람 한 번 만나면 좋겠다. (뻘 생각하며 귀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나란 인간도 참 딱하다.)

 

그건 그렇고, 오전에 (이때까지만 해도 참 평화스럽게) 프레시안 북스에 나온 기사들을 살펴보다가, 에드워드 톰슨의 [윌리엄 모리스]에 대한 소개에 혹한 대목이 있어서 이 책, 데면데면 했었는데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톰슨과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이런 모험(신좌파형성)에 나선 것은 비단 1956년(헝가리 봉기)의 충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것뿐이었다면 이들은 선배 세대인 조지오웰처럼 비판적 좌파와 반공산주의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헤맸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윌리엄 모리스]를 읽으며 모리스와 톰슨만이 아니라 20세기 사회주의운동사 라는 세번째 대화 상대까지 마주해야 한다.

                                   - [혁명적 부르주아의 생애] 에드워드 톰슨의 [윌리엄 모리스],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  

 

조지오웰의 바로 저 지점에 대해 살펴보고 싶다('헤맸는지'는 일단 판단 유보)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책을 온전히 읽지 못해왔다.

언제가 한 번 꼭 짚어봐야겠다고 목록만 길게 뽑아놓고 있었지만 촘촘하고 진중한 독서를 하기 힘들어 계속 미뤄두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 대목과 만났다. 그리고 20세기 사회주의 운동사 ... 이걸 이 책 [윌리엄 모리스]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사람에 대한 탐구, 그 사람에 대한 상상은 해볼만하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가.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이란 제목과 기획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읽어본지가 언제인가 싶지만, 그래도 기획만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시대와 사람. 프레시안에 연재될 때는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지만 책으로 엮어 나왔으니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현대사는 도대체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데 한탄과 회한이 섞이지 않고는 차마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너무 아파서 들여다보기가 싫다. 그러나 세월이 흘렀고 나도 이제 피끓는 청춘은 아니기에 좀 괜찮지 않을까 싶다.

김기협의 [해방일기].

 

 

 

 

 

 

 

 

 

 

 

 

 

받자마자 떠들어보지도 않고 책상 위 책꽂이로 향해버린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도 오늘 중으로 꺼내서 읽어봐야겠다.

그러니 휴가 때 내가 어디 가기 싫어하는 이유 알겠지? 한심해 보여도 이게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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