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겨레TV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를 시청. 한일정보보안협정 체결문제와 관련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패널로 나온 회차였는데, 핵문제를 놓고 정 대표와 김 총수의 막판 대결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김총수는 우리도 핵을 갖는 게 현실적인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평화운동 하는 이들의 이상적 생각은 현실에서 늘 패하게 마련이라는, 하등 유리할 것 없는 철학에 못내 동의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이는 종편과 관련해서도 한겨레신문도 뉴스채널로 신청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던 때나 총선정국에서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에게 했던 말들, 타락한 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하는가를 피력하던 모습에서도 일관되게 관철되는 모습이었던 듯하다. 아마도 예전 황우석 교수 사태 때 그가 취한 입장과도 상통할 것이다.
강대국들만이 취하는 핵에 반대하여 모두가 핵을 가지는 걸로 맞서자. 희귀 핵을 그냥 보편적으로 만들어버리자, 대단한 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전략. 그렇다고 핵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안된다는 게 문제 아닌가.
이에 대해 정욱식 대표의 과연 평화운동가로서의 우직함과 원칙, 철학이 담긴 응수가 멋졌다.
뉴욕타임스라는 제목답게(?) 새로운 욕이 튀어나올려고 한다는 너스레의 말을 먼저 던진뒤 강대국들이 아무리 핵을 가져도 그 핵을 함부로 쓸 수 없게 만든 그 힘, 금기로 만들어버린 그 힘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 아, 능력이 안되는 관계로 글로써 표현할 수는 없고 보면 느낄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위엄있는 말인지. 좀더 높은 가치, 옳은 것의 위엄일 것이다. 현실의 힘에 자꾸만 원칙을 양보할 때 더 높은 가치를 버릴 때 세상은 그만큼 퇴보하는 것 같다. 지금 당장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결코 지지는 않을 것임을 믿어야 한다. 우원하고 답답하고 통한스럽더라도 우직하게 지켜야 할 것들이 세상엔 많다. 사형제도 폐지도. 아마도 또 다른 것들도.
덕분에 정욱식 대표의 책 [핵의 세계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로쟈님이 5월에 읽을만한 책으로 일찌감치 추천했는데 그땐 후루룩 넘겼다. 더불어 추천한 강준만의 [자동차와 민주주의]도 빼놓을 수 없겠다. 언제부턴가 나도 SUV에 자꾸만 마음이 가는데.... . 'SUV를 타고 높은 시야를 확보해 일반 승용차를 내려다볼 때 생기는 '권력의지'(헉,,), 거기에 몰두할 때 민주주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문제의식이 너무 재밌다. 이제야 보다니.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찔끔찔끔 이번주에 읽었는데, 절반 읽었다. 재미없다. 뮤지컬을 만든 이들은 소설을 읽으며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겠지만 나는 그냥 진부한 동화책 읽는 것만 같았다. 나머지 절반을 포기할 생각을 갖고 있다.
새로 관심갖게 된 작가는 줄리언 반스인데 일단, 번역된 책이 많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읽었지만 잘 모르겠다. 얇은데도 며칠 걸려 읽긴 했다. 뭐에 주목해야 할지. 에세이같은 소설이라는 점은 동의할 수 있다. 읽으면 느낄 수 있으니까. 소설 읽기는 어렵다. 책샤워를 할 지경으로 책이 쏟아지지만 읽기는 어렵다. 읽어도 느끼기는 어렵다. 온전히 즐기기는 더 어렵다. 안 읽으면 되고 관심 끊으면 되는데 그게 안되는 건 진짜 운명 같은건가.
운명은 영원히 그대를 나에게 묶어둘지니!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의 밤" 중 한 대사라 고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데, 크리스틴을 집어삼킨 거울 너머로부터 들리는 노래 소리이다. 크리스틴의 음악의 정령,음악의 천사로 다가온 에릭이 보내는 경고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머지 절반도 읽어야할 것 같다. 제길. 그 유명한 뮤지컬도 본 적이 없으니 엔딩이 어떤지도 모르고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