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엉망. 콧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건 정서불안이고 어쩌면 폭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떨쳐버리고 평정심을 찾으려는 나름의 노력이 어째 기분을 더 다운시키는 이 기막힌 반전. 기회를 그딴식으로 날려버리다니. 용서 안된다. ......

지나간 일로 여기고 잊어버리기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쩔 수 없다.

6월에 읽으려던 책은 거의 그대로 이월될 예정이다.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은 너무 건조해서 읽다가 내가 바스라질 지경이었다. 정치적 대립관계나 계급적 차이를 짓고 이편 저편 나눠 감정이입하며 읽을 수 있는 책(그래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이 아니라서 하염없이 꼼꼼한 전개를 차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종종 대동법을 광해군과 겹쳐서 읽으려하고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광해군은 오히려 대동법 시행에 반대했다고 한다. 광해군 다시 보기나 개혁군주로서 정조를 다뤘던 시각에 비판적 견해를 담은 책들도 몇 년 사이에 부쩍 는 것 같다. 이유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얘기들은 파고 파고 또 파내 헤치고 분석해도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주는 것 같다. 효명세자(익종)는 어떤 사람이지?

 

의욕 넘치게스리 [런던코뮌:지방사회주의의 실험과 좌파 정치의 재구성]도 읽으려 했다가 또 그 건조함과 꼼꼼함에 서론과 서문만 우선 읽고 말았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시장 켄 리빙스턴(노동당)이 이끄는  런던광역시의회(GLC)의 반신자유주의, 반대처주의, 반중앙집중주의 좌파 정치의 성과와 실패를 다룬 책이라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80년대 한 시기 동안 런던에서 벌어진 좌파 정치의 상상력의 수준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Show me the 정치.

하나의 정책, 개혁 정책이 상상되고 입안되고 실현되거나 또는 실패하는 과정을 검토해 보는 건 관심 갖는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분명 관심은 갖고 있는데 재밌게 읽을 수 없는 비극이 왜 생기는 걸까. 나의 독서법의 문제인가? 허긴, 요새 내가 지력이 쫌 딸리지.

 

 

 

 

 

 

 

 

 

 

 

 

 

지난 주말에 이승우 작가의 [생의 이면]을 읽었다. 이승우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뭐 이 작가를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내가 관심갖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블로그에 심심찮게 그와 그 작품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고뤠? 그럼 내가 한 번 봐 주지(죄송..), 뭐,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생의 이면]은 영 재미없던데. 너무 올드해. 형식을 떠나 '박부길'이라는 남자를 봐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떠올라서 유쾌하지 못했다. 왜 남자 작가들은 이런 남자들을 봐달라고 써대는지 모르겠다. 뭐 다른 것들을 생각해줘야 하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와는 얼마나 다르거나 닮았나. 비교하자는 게 아니고 소설 속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지라 하는 말이다. 몇 페이지 안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조만간 읽어봐야지. 이승우 작가에 관해서는 한 권 읽고 단정하긴 좀 아쉽고, 사람들이 좋다는 덴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 단지 그 이유를 나도 좋아하느냐의 문제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뭣 땜시 좋아하는지 그게 궁금하니까 몇 권 더 읽어보려 한다. 내가 발굴하지는 못하고 남들이 발굴해놓은 거 감상은 해야 할 거 아닌가.

 

 

 

 

 

 

 

 

 

 

 

 

 

[오페라의 유령]도 아직 읽지 못했고, [쌍전]도 아직 '수호전'에 머물고 있다. 역시 이월이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는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 사려면 6권 전체를 사야 하는데, 또 들여놓으면 공간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을 그 책들이 두려워졌다. 로마제국과 함께 중국의 역사도 좀 비슷한 볼륨감과 수준을 자랑하는 책들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번에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가 좋으려나 모르겠다. 총 10권 기획으로 사마천의 '사기'의 '열전'을 본받아 인물 중심으로 김명호 교수의 '사기'를 낼 계획이라니 일단 1권 읽어보고 기대할 예정이다. 한국인이 쓴 중국역사, 인물전이 되겠다.

 

 

 

 

 

 

 

 

 

 

 

 

 

 

 

쓰고 보니 '아직'이란 단어가 많이 나왔다. 아직, 아직, 아직, ... 도대체 언제?

 

잊었었는데, 정말 백만년만에 KBS의 책 관련 프로그램 <즐거운 책 읽기>를 우연히 봤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흥미로워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줄리언 반스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열린책들이 꾸준히 번역 출간해온 작가였다. 어떤 작가인지, 어떤 작품인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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