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에서 이달로 넘겨 또 책들을 쌓아놓았다. 읽을 수 있을런지는 알 수 없다. 로쟈님의 적극 추천으로 일본의 니체라는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벌써 셋째 밤을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나에겐 재미가 없었다. 카프카는 어떤 맥락에 처해있을 때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 라는 말을 했을까, 혹은 썼을까?

루터, 무함마드를 거치며 셋째 밤 한가운데까지 와 있는데 그리 중요하다는 서구의 종교에서 진행된 혁명들이 나는 별로 흥미롭지 않다. 후반부는 어떨지 끝까지 읽어야겠지.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몇 대목이 있었는데,

어떤 책을 읽거나 쓰는 것으로 인해 죽임을 당할 수 있는 사회에서 벗어났다는 기적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시아 중에서도 다소라도 - 다소라도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습니다. 아시아에 일본이 공헌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일단 이 한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대목이었고,

또 한 대목은, 무함마드는 일종의 여성적인 사람이었고, 분명히 여성성으로 떠받쳐지고 있으며 세계의 교조들 중에서 유일하게 유언으로 너희들의 아내, 누이, 딸들은 신으로부터 위탁받은 자이므로 소홀히 대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여성과 여성성에 대해 존중한 종교인데 이슬람이 왜 아직도 여성 차별적인 사회의 존립을 허용하고 있는지 자신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한 대목이었다. 읽기만으로 안되는 세상이니. 또 그 읽기가 혁명적임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참 여러가지 계기들이, 요인들이 결합돼야 하는 이치 아닌가. 내가 또 경어체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영복 선생 빼고. 가끔 김훈도 빼고.

 

매일 들르는 블로그에서 우연히 대동법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고 역사 시간에 그토록 중요하다고 외웠던 그 법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다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던가에 대해서 뒷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좋은 책이 이미 있었다. 2010년도에 나온 책인데 카피들을 보면 '조선 최고의 개혁',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 '200년의 모색, 100년의 개혁' 등이다. 대동법의 계보, 대동법의 정치, 대동법의 해부, 대동법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국가를 경제적으로 규정하면, 그것은 결국 세금과 민생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것은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큼 세금을 걷어, 누구를 위해서 어디에 얼마큼 쓰느냐의 문제다. 미시적으로 본다면, 우리 삶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교육, 의료, 실업, 혹은 노후 문제 등을 우리의 생활비로써 충당할 것인가 아니면 세금으로 집행할 것인가의 문제다. 세금과 민생이 만들어내는 모습이야말로 바로 특정 시기, 특정 국가의 맨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다. 

 

                  - 책머리에 - 

 

읽을 책, 류짜이푸의 [쌍전 : 삼국지와 수호전은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 수호전은 못 읽어봤다. 앞으로 읽을 날이 올까? 권모술수의 백과사전 '삼국지'와 폭력의 지존 '수호전'을 읽는 동안 사람들의 마음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이 흥미롭다. 수호전 비판에서 다룬다는 '도살 쾌감의 두 가지 현상'이라는 대목이 특히 더 관심이 간다. 재밌어야 할 텐데. 재밌겠지.

 

 

 

 

 

 

 

 

 

 

 

 

 

 

 

그리고

 

돈윈슬로의 [개의 힘], 미 정부와 중남미 마약 조직 사이의 전쟁과 인물들의 30년 간의 역사를 '장대한 스토리텔링'으로 그린다고 하니, 딱 잡고, 주말에 정신없이 읽으면 된다. 프레시안에서 이미 김용언이 상찬한 바 있고 그가 레퍼런스로 추천한 책들까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관심분야이니 나중에라도 꼭 읽을 생각이다. (잿더미의 유산은 천 페이지다, 갑자기 읽을 자신이 확 떨어진다. 고모라는 꼭 한 번 읽어봐야지. 이탈리아 지하 경제의 제왕 '카모라' 집단에 관한 보고서이니까.)

 

 

 

 

 

 

 

 

 

 

 

 

 

일단 구입해 놓은 책.

 

읽지 않아도 계속 된다. 엘러리 퀸의 [미국 총 미스터리]

 

 

 

 

 

 

 

 

 

 

 

 

 

에프스레소의 작지만 강한 향

 

북스피어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004(000부터 시작했으니 다섯권째다. 읽은 건 레이몬드 챈들러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딱 한 권이다. 이 시리즈 역시 내게는 읽지 않아도 계속된다. 쩝) H.P.러브크래프트의 [공포문학의 매혹].

 

 

 

 

 

 

 

 

 

 

 

 

 

 

이달에 읽으려고 한 고전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이번에 읽으려고 한다.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수수께끼]를 올 해 초 잠 안올 때 꺼내들고 읽었는데 예전에 읽으며 놓쳤던 부분이 많아서 새삼스러웠다. 가스통 르루 작가 전기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데 이런 책은 그냥 요원하겠지. 미쳐가는 작가.

 

 

 

 

 

 

 

 

 

 

 

 

 

 

아마도, 당장 읽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눈독 들이는 책.

E.H.카의 [미하일 바쿠닌] 전기. 카의 전기 저술 솜씨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보면서 인정했다. 바쿠닌. 지금 바쿠닌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리고 살아있는 영화 평론계의 전설, 로저 에버트의 자서전. 갑상선암 치료에 따른 합병증으로 먹고 마시고 말하는 능력을 잃었다고 한다. 표지에 실린 얼굴은 수술과 치료를 거치며 견뎌온 최근의 그의 모습이다. 자기 스스로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영화와 글로 평생을 살아온 한 장인의 예술에 대한 자의식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내면과 직업상 비밀이 궁금하기도 하고.

 

 

 

 

 

 

 

 

 

 

 

 

 

 

저작권 유예기간 동안 나온 헤밍웨이 작품들 덕분에 헤밍웨이를 다시 돌아본다. 난 언제나 뒷북치는 사람이니까.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를 읽다가 초기 하드보일드 소설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헤밍웨이를 소개한 글을 읽게 됐는데, '반감상주의적 감상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헤밍웨이와 데실 해밋이 함께 언급된다.

특히 [큰 두 갈래의 강]이라는 단편은 레너드가 말하는 '가장 유명한 실험'에 속하는데, 바로 '고독'의 실험. '상처입은 닉 애덤스는 낚시라는 제어된 폭력에서 조심스럽고 제한된 쾌락을 얻고 감정적 고통이 남아있는 늪지를 피하려고 애쓴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정영목 번역으로 나온 [킬리만자로의 눈]에 실린 [심장이 둘인 강]을 보면서 이해가 갔다.

(Two-Hearted River 가 '큰 두 갈래의 강'과 '심장이 둘인 강'으로 각 번역됐다.)

어찌나 '하드보일드'한지, 아예 말조차 거부한 인물의 행동만을 읽어내려가는 숨막힘을 경험한 것 같다.

 

 

 

 

 

 

 

 

 

 

 

 

 

 

6월이 벌써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