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간된 문학동네의 [앨라배마 송] 뒷날개에는 F.스콧 피츠제럴드 전집 출간 계획을 소개하면서 근간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사람들 The Beautiful and Damned]도 있는데, 언제쯤 나오는지 궁금하다.  

 

 

 

 

1922년 출판된 이 책은 20년대 유명하고 아름다웠던 부부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젤다 (세이어) 피츠제럴드의 자전적 요소가 가득 담긴 책인 모양. 작중 인물인 앤소니와 글로리아는 스콧과 젤다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일찌감치 파탄난 모양인데 젤다는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면서 저주받은 운명을 한탄하며 1940년 다른 여인의 집에서 죽은 피츠제럴드를 떠나보낸 뒤, 8년을 더 살다가 노스캐롤라이나 하일랜드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앨라배마 송]은 작가 질 르루아가 탐구한 피츠제럴드와 젤다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소설이면서 젤다의 고백록과도 같다. 사실 많은 부분이 영화나 드라마 또는 책들을 통해서 봐왔던 파탄난 부부, 부부로서도 그렇고 한때 저명했던 작가와 활화산 같은 성격과 재능을 가진 여자의, (어쩌면) 아름다움이 구원했건만 이미 허무해져버린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무 것도 억누르지 못하고 뿜어내는 여자를 보고 남자는 모든 것을 부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여자라고, 그 충동을 누를 수 없는 여자라고 비난한다.

남자는 초기 작품을 제외하고는 별달리 인기를 끌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에 빠져들고 점점 늘어나는 빚 때문에 미친 듯이 글을 써대고 시나리오 집필에도 참여하지만 결코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복하지 못한 채 길지 않은 인생을 마감한다. 

 

질 르루아는 젤다의 입장에서 고통스럽게 되뇌어본다. "혹시 내가 잘못 살아온걸까? 내 어리석은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삶을 망쳐 버린 걸까? 엊그제부터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어."

그것이 운명이든 하늘의 운을 받은 기질과 성격이든, 자기 그릇만큼 살게 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요즘 든다.

돌아보면 ..... 이미 알고 있음에도 어쩌지 못했던 길들을 따라왔던 것 같은,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 피로함만 남은 것만 같은.

 

어쨌든 젤다의 얘기는 그렇고, 이번에는 피츠제럴드가 느낀 환멸을 읽어보고 싶다.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사람들]

 

피츠제럴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피츠제럴드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멸망의 미학이나 (혹은 환멸이 아니라) 구원의 확신 때문이라고 본다.

현실에 가혹하게 시달려도 글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글을 통한 구원을 끝까지 확신하지 못하고 자살한 헤밍웨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20년대 미국의 청춘기에 정확히 부응한 피츠제럴드가 공황 이후 30년대의 회한의 시대에 점점 잊혀져갈 때 부름받은 이는 헤밍웨이였다. 단호하면서도 건조한 문체와 강력한 목소리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마흔이 되기도 전에 이미 과거의 사람이 되어버린 피츠제럴드. 심장마비로 세상을 뜰 때까지 글을 썼다. 물론 맨정신으로 감당할만큼 강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 세상이란 어찌나 가혹한 것인지.

[위대한 개츠비]에서 캐러웨이가 개츠비를 남기고 또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때 피츠제럴드는 캐러웨이였을까, 개츠비였을까?

 

 

 

 

 

 

 

 

 

 

 

 

 

 

드라마틱한 삶 이편에 남겨진 그들의 작품들을 좀더 꼼꼼히 읽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 전집 수준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새롭게 나온 번역서들의 판매나 반응 정도는 어떤지도 궁금하다. 새롭고 좋은 번역으로 읽고 싶은 기대가 있는데.

 

에덴의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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