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박상연 방송작가 콤비가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SF라는데, 그들이 만든 SF 이야기가 궁금하고 어서어서 나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영화 쪽은 누구? 언제쯤 놀라운 물건 하나가 나올까, 나오긴 할까 뭐 이런 생각들을 잠자기 전에 누워서 생각하곤 한다.
누구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SF는 게토장르라고 한다던데, 나에게 SF는 늘 도전해보지만 실패! 하는 쪽이다.
그러다보니 몇 년째 이쪽으로는 도무지 진도가 안나간다.
작년 1월, 2011년 처음 읽은 책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석양에 빛나는 감](개정판 [조시])이었고, 그 소설의 제사로 나온 단테의 [신곡]을 보고 신년 기획으로 [신곡] 독서를 계획했다. 책도 사들이고. ...... 일단 작년 한 해 그리고 해가 바뀌어 오늘까지 이 계획은 그냥 계획일 뿐이다. 책만 꽂아두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1월부터 몹시도 부지런하게 책을 읽어가고 있다. 문득 나의 책읽기 경향이 보수적이고 다소 치우치고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만 놓고 보더라도 현대문학 쪽은 잼병이다. 국적 다양성에서도 나는 뭐, 이렇다 말할 게 없다. 닥치고 일단 읽어....가 제대로 될리 없다. 읽다보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거야???? 이 소설에서 뭘 봐야 하는거지????? 혹 시간낭비 하는 건 아닐지 뭐, 이런 투입 대비 생산성을 따지는 독서를 하고 앉았더라고.
사상체질에 따른 학습법이 있다고 하듯이 독서도 비슷할 것 같다.
나의 성향상 이해되지 않고 뭔가 잡히지 않는 독서를 계속 해나가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SF가 나의 이 성향 때문에 발목 잡히는 장르가 되었다.
빈약한 상상력과 이해력, 얄팍한 감수성, 더 보태자면 근본 없는 철학적 취약함이 드러난다.
SF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SF로 향하고 있다. .......
내가 그 동안 사들인 SF에 속하는 책들이라곤 열 손가락에 다른 손가락 몇 개 더 꼽으면 끝난다.
그것도 최근 사들인 필립 K. 딕 선집 덕분에 늘어났다. 거기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까지 좀 보탤 수 있다.
완독한 책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더 참담한 것은 읽은 책에 대해서 딱히 뭐라 할 얘기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계통도 없다. 그나마 소장서 중에서도 PKD의 저작물이 많은 건 영화 때문이다.
SF나 환상문학을 콘텐츠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좋다. 문학적 취향으로 다가가든 뭔가 좀 건져보려는 콘텐츠로 접근하든 도전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는 애써 SF를 찾아 읽어볼 계획을 세웠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빈약한 SF 서재의 책들 중 읽지 않은 책들부터 꺼내 놓아야겠다.
읽다 중단한 책들......
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 / 강수백(김상훈) 역
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받아든 SF 소설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가 산 책이 아니다.
미소년에 가까웠던 그는 잘 살고 있는지.... .
이 누나는 아직 이 책을 완독하지 못했구나...
쓸쓸하고 우울한 정서를 지닌 책이었던 느낌이 남아있다.
신들의 사회 / 로저 젤라즈니 / 김상훈 역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 이지선 역
마이너리 리포트 외 7편의 단편집인데 표제작 외 읽은 게 없다. 쩝.
죽은 자가 무슨 말을 / 필립 K. 딕 / 유영일
표제작 외 5편의 단편집인데, 역시 표제작 외 읽은 게 없고,
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하긴 했남?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두번째 변종이 실렸다.
그리고 그대로 모셔둔 책들 ......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 김상훈 역
폴라북스의 PKD 선집. 아, 진짜 숙제하듯이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PKD 월드에 너무 치우쳐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갖고 있는 책 중에 아직 읽지 않은 책만으로도 녹록치 않다.
SF와 함께 카프카의 세계를 좀 깊이 들여다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카프카는 어렸을 때 읽은 뒤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옛날 책들 정리하면서 다 버린 관계로 지금 집에 한 권도 남아 있지 않다. 새로 나온 번역서들로 새롭게 읽을 일이다.
카프카 월드.
그리고 아직도 읽지 못한 조지 오웰의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