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여유로워질까? 이젠 새로운 페이퍼를 한달 간격으로 쓰냐? 바쁘긴 하지만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머릿속이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 차는 바람에 책 한 줄 읽기가 쉽지 않다. 오늘 보니 방문객이 만 명이 넘었다. 보잘 것 없고, 먼지 쌓이기 일쑤인 이곳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
정신없는 와중에도 빵가게재습격 님 말마따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로쟈님의 새책을 사서 받아보긴 했다. [애도와 우울증]. 제목 좋고........ . 책 받자마자 이리저리 훑어보고 본격적으로 30여 페이지 읽은 뒤에 모셔뒀다. 지난 주에 이어 추석연휴까지 책이라곤 단 한 줄 읽지 못했으니까. '정념'이란 말이 요즘처럼 내게 크게 울린 적이 있었던가 싶다. 10월 초까진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당분간 일이 흐르는 대로 가 볼 생각이다.
멜빌의 [모비 딕]도 꽂아둔 책갈피를 보니 45장에 머물러 있다. 아, 이런 식의 독서는 안되는데...... . 그래도 지난 달에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김영하 번역판을 읽었다. 김욱동 교수 번역의 민음사판은 읽었지만 가물가물. 김영하의 문학동네판을 읽고 있자니 누구 말대로 슬펐다. 이런 얘기였더랬어?
하지만 여전히 인물들이 명쾌하게 그려지는 건 아니다. 명쾌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여튼 다시 읽으면서는 개츠비에 한발짝 다가가볼 수는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고 또 읽는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같다.
그리고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내가 또... 이 분의 소설을 읽은 게.... 없는 것 같다. 지난 날 나는 뭐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젊은 최인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던 내가 새삼 그의 새 소설을 읽은 건 아마도 암을 앓고 있는 작가의 현재가 궁금해서이지 않았을까?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의 노벨레]가 연상되는 소설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마지막 영화가 된 <아이즈 와이드 셧>의 원작.
읽고 나서 탁 떠오르는 게 그랬다는 얘기다. 자세하고 깊이 따져보는 일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심농의 책들도 그저 쌓아두고 있고,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도 일단 책꽂이에 꽂아두고. 행복한 책읽기는 아마도 다음 달이 돼 봐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 놈의 '정념'이 문제다, 머릿속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