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는 어찌할 수 없는 가련한 여인이었다."  

 

 

 

 

 

 

 

 

 

[백야에서 삶을 찾다]에서 오종우는 덧붙인다. "어떠한 출구도 없는 비극의 여인이었다. 그럼에도 문제는 역시 과잉에 있다." 

[안나 카레니나]를 폭풍처럼 내쳐 읽지는 못하고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을 것이다. 아마 지난 겨울 내내 읽었던 것 같은데, 리뷰나 페이퍼까지는 아니더라도 읽은 날짜라도 써두어야 하는데 왜 맨날 잊어버리는 건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듯, 너무 오래 잡고 있었던 책은 읽은 게 아니다.  

책을 읽지 못했던 기간이 길어지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즈음 처음 든 생각이 안나는 왜 기차에 뛰어들었지, 라는 질문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안나의 마지막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들여다봤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낯익은 갈등이 펼쳐지는 장면의 연속이지 않는가, 안나와 브론스키 간의 애증이란. 생각이 어쩌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여주인공 미자(미희)에 이르렀다.  

아주 오래 전 일이다. ...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기록을 보면 어딘가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 얼굴. 그녀는 가장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로 미자를 꼽았다. 그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새삼 다시 봤었는데.  ...

안나 카레니나와 미자는 많이 다른가?  

오종우의 [백야에서 삶을 찾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읽기를 통해, 각각 '신은 우리 곁에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짜 실용적인 삶이란' 테마를 살피는 책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테마를 다루는데, 뛰어난 디테일을 통해 인물들이 취하는 삶의 태도를 심리나 상황의 본질을 표현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의 불륜과 불행, 레빈의 각성 이야기가 평행으로 전개된다.  석영중이 언급했듯이, 레빈이 나오는 장면들은 특별히 관심 가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건너뛰고 싶을 정도로 '지독한 설교'가 깔려있다.  

 

 

 

 

 

 

 

 

오종우의 책을 읽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다 며칠 뒤에 다시 한 번 읽었다.  

"안나의 일탈과 사랑을 통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 이야기 한다"고 오종우는 말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도리질쳤다. 아니, 안나나 미자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짐한다 해도 죽었다깨나도 그들은 그 바람대로 살지 못할 것 같다. 그들은 오종우가 말했듯 그 과잉과 결핍의 악순환에서 결코 벗어나기 어려운 비극적인 인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남편 카레닌이 위선적이지 않고 솔직했다면, 안나는 브론스키한테 그렇게 빠져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까?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안나는 결코 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종우 역시 이렇게 진술한다. "이성만으로 세상을 온전하게 포착할 수 없는 일이다." 톨스토이의 이율배반적 인생까지 아우르는 말이지만, 그건 안나나 미자를 이해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쓰고 난 후 마흔아홉 살에 쓴 이 소설에서 과잉을 억제하여 세상을 보존하는 불멸의 진리를 깨달은 것에 대해 오종우는 평가했다. 의지와 자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좋은 삶을 말할 수 있다고. 그 진리를 톨스토이는 레빈을 통해 보여준다. 의지와 자연이라. 너무 순전하다. 2011년 8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월이 더 흘러 다시 읽으면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안나 카레니나는 범우사판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민음사판을, 닥터지바고는 열린책들판을 인용했는데, 나는 안나 카레니나는 민음사판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범우사판을 가지고 있다. 닥터지바고는 책으로 읽어보지 못했다.   

  

 

 

 

 

 

 

 

 

 

 

 

 

 

 

 

 

휴가 일정 중 며칠 보내기로 한 곳에서 예정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 밤새 차를 달려 그냥 돌아왔다. 불편해할까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조심하느라 마음써야 했다. 피곤했다. 우연치 않게 처음으로 내 사주에 대해 짧은 얘기를 들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런 얘기가 이상하게 마음에 맴돈다. 도화살.... 더 많은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전화로 듣는 것도 불편했고, 몇 마디 말만으로도 나의 어떤 면이, 지나온 일들이 꿰어져나와서, 알 수 없던 수수께끼 중 어느 부분이 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래저래 참 신기하기도 하고, 공부 한 번 해볼까? 도망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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