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히..., 이번 주말엔 기필코 책을 읽으리라? 했건만, 장담 못할 지경이다. 일단, 한밤중에 벌어지는 멘유-바르셀로나 축구를 보고싶다. 요즘 내 생활 리듬이나 체력으로 봐서 이 역시 쉽지 않을 듯하지만 이벤트를 기다리는 심정이다. 국내 프로축구는 승부조작건으로 들쑤셔지고 있지만, 어디나 돈이 걸린 곳에는 추악한 욕망이 터지고 만다.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어디 딴 데서 빛난다더냐? 누구 말대로 '생각의 기초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분탕질하기 쉽고, 기초체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걸르는 가치망은 성기기 마련이어서 끝내는 저만 잘 살면 된다로 귀결되는 것 아닐까.  

일찍이 로쟈님 서재에서 소개받은 '한겨레 역사인물평전 시리즈'를 눈여겨봐놓고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소개기사를 다시 한 번 보면서 이 책들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완용평전].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이완용 같은 사람들이 뭐 그리 새삼스러울 게 있을까 싶다. '제국주의 폭력에 분노하기 보다는 자신을 포함한 다수의 혜택을 위해 절대로 분노하지 않는 이성적 인간'. 인상적인 구문이다.   

 

 

 

 

 

 

  

 

언젠가 이쪽 사람들 얘기가 나오길 기대했던 적이 있었다. 윤치호도 그 때 봤던 사람이고. '분노'라는 키워드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사람은 언제 분노하는 게 맞나? 정당하고 멋있는 분노는 어떤 것일까? 분노가 지나가고 남는 건 뭔가? 분노는 '다스려야' 하나? 역사상 가장 멋진 분노는 뭐였을까? 가장 멋진 분노남, 분노녀는 누구누구일까... 아름다운 분노? ..... 5월 27일 새벽에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분노는 어떤가.  

'근대적 합리성'이 극단의 시대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발현되는지 이완용을 통해서 미스터리를 풀어보고자 한 듯하다.    

인간은 원래 미스터리라서 인간 자체를 파보는 것이 어느 장르소설보다 흥미와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한때 평전을 열심히 보던 때가 있었는데 생활에 쫓기면서 찾아 읽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인물들의 제대로 된 평전을 기대해본다. 읽으며 분노도 하고 감동도 하고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드라마보듯이 세상과 시대를 살다간 인물들을 읽고 싶다. 평전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려나? 내 감성대로 읽으련다.

  

 

 

 

 

 

 

 

 

미완성 유작이 되었지만 이병주의 [별이 차가운 밤이면]을 반갑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구한말 노비출신 박달세가 일본군인이 되고 중국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는 앞잡이로서 영달을 쫓지만 흔들리는 마음에 마약으로 빠져드는 대목에서 소설은 중단되었다. 박달세가 '별이 차가운 밤'에 자신을 노비로 만든 양반 친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세상에 대한 분노로 치환하며 복수를 다짐하던 대목에서 제목이 결정된 모양이다. 그의 분노와 흔들리는 자의식 사이에서 이병주는 어떤 길을 가게 했을까? 유작이 됐다. 한국역사인물평전 시리즈가 이병주의 소설보다 더 재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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