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명절쇠야 하는 달같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하여 석가탄신일까지... 지금 예정대로라면 꼼짝없이... . 며칠 전부터 스트레스 받고 있고 당장 내일부터 해치워야 할 일들 걱정으로 모처럼 좋은 날씨에도 기분이 우울하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고 만성병처럼 안고 사는 나의 기질이다.
꼭 시험이나 숙제 앞두면 하고 싶은 일들 생각이 몽글몽글나듯이 이구용의 [소설파는 남자]를 휘리릭 떠들어보다가 아, 한국소설 좀 관심갖고 읽어보자라는 의욕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출판저작권 에이전트인 이구용은 책이 나온 작년 12월까지는 임프리마코리아에 있었으나 지금은 케이엘매니지먼트를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는 모양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서 잘 나가는 덕분에 얼마전 이구용 대표도 주목받으며 인터뷰가 실렸다. 세계가 신경숙의 소설을 읽어도 나는 좀, 선뜻, .... . 신경숙의 소설은 [깊은 슬픔]인가를 마지막으로 읽었던 것 같다. 인터넷에 연재될 때 [어딘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몇 번 읽어보려 애썼지만 역시 그녀와 나의 거리는 지금 이대로로 족하다, 고 확인했다.
내가 지지리도 한국소설을 안 읽는다는 건 인정. 아는 작가도 별로 없다. 24명의 작가가 언급되고 있는데, 내가 단편이라도 한 작품 읽어본 적이 있는 작가는 7명이다. 김영하, 신경숙, 편혜영, 하일지, 이기호, 김훈, 황선미. 해외에 번역출간되도록 도모하는 일을 하는 저자라서 확실한 세일즈포인트를 가지고 선별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저자가 소개한 24명의 작가와 작품 모두를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하는 작가의 문학세계와 세일즈포인트가 딱히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작가들도 있어서 잘 모르겠다.
김영하야 원래 재미있게 보는 작가인데 [퀴즈쇼]와 [호출] 정도는 못 본 것 같다. 나머지도 이젠 가물가물하다.
조경란 작가의 경우 [혀]가 블룸즈버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데, 이 작품 표절시비가 붙었던 작품 아닌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국추리문학의 기대주, 이은'은 누구보다 먼저 찾아 읽어볼 작가이다. [수상한 미술관]에 대한 호평을 예전에 접했지만 선뜻 손에 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작가에 대한 두려움이 나름 상당히 큰 편이라 어지간한 호평과 입소문에 노출되지 않고서는 잘 읽게 되지 않는다. 우리 소설에 좀 데인 적이 많아서 그렇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그 상처가 커서인지 지금도 한국작가와 소설을 읽으려면 나 나름으로는 용기가 몹시도 필요하다.
한국문학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가로 한강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람이 분다, 가라]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바 있어서 또다시 도전해봐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우선 이구용 대표가 관심 둔 [채식주의자]는 손을 대볼 생각이다.
이구용 대표가 논문까지 쓴 조지프 콘래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편혜영 작가의 소설은 [재와 빨강] 한편을 읽었는데, 애석하게도 에이전트의 감식안과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을 뿐이다. [사육장쪽으로]와 [토끼의 묘]를 리스트에 둔다.
2부는 '에이전트의 고민'에 해당하는 작가와 작품들로 묶인 글들인데, 해외진출에 성공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리스트이다.
하일지의 소설은 이번에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우주피스 공화국]은 환상소설스러운 스타일을 지닌 소설같아서 더 흥미가 간다.
그리고 주영선. 캐나다 원로작가 앨리스 먼로와 비교해서 소개한 작가인데, 화려하지 않은 세계, 고도의 문학적 장치나 도구를 동원하지도 않으며, 화려한 문체나 현란한 수사도 활용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울려 나오는 깊은 공명과 긴 여운을 남긴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보편적 가치와 진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일깨운단다. 특히 캐릭터의 생동감이 장점이라고 하는데, [아웃]에 대한 소개글 일부를 인용해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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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조용하고 소박하게만 보이는 농촌 시골마을이 배경.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에서 반년 동안 공부한 후 무의촌 보건소에 새로 부임한 여자 보건소장과 위현리 마을의 부녀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 소설. 보건소장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인들의 선망과 질투와 시기의 시선이 교차되어 하나로 꽈진 단단한 줄에 포박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정직과 신뢰와 최선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또 그렇게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주변 인물들은 딸린 직원 하나 없이 혼자 부임하여 근무하고 있는 소장이라는 직책까지 권력으로 보고, 자신의 이익이나 영달을 위해서라면 아부와 아첨을, 때로는 시기와 질투를, 또 맘에 들지 않거나 수가 틀리면 뒤에서 음해하길 밥 먹듯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끼리도 뜻이 어울리면 '형님, 아우'이고,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이년, 저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만의 진실을 기반으로 살아가려는 보건소장은 어느 순간 노회한 마을 사람들에게 눈엣가시로 전락한다. 거짓과 악과 부정이 결집되어 기승을 부리자 참과 선과 긍정이 무력하게 꺾여가는 것이다. "왠지 나도 모르게 미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싫증이 났다. 적게는 나보다 열 살 이상, 많게는 내 부모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상대로 때로는 윽박지르고 때로는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이 일에, 소리 없는 비명이 나왔다. 왜 내 삶은 소통이 안 되는 것 투성인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 아이와 정상적으로 나를 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웃음을, 관계를 잃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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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가?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