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서, 여자 작가에 대한 편견이 좀 있는 편이다. 종종거리며 맴도는 좁은 반경에 질려하는 편이다.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일흔 두살 먹은 캐나다 작가의 [눈먼 암살자]를 읽으며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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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남자들은 주인공 아이리스를 이해할 수 있을지, 공감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류의 인물이 남자라면 다른 상황, 다른 행동들로 구축되겠지.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 때문에 남편과 아들을 떠났고, 결국 기차에 몸을 던졌다면, 아이리스는 저 아래로 흐르는 어둠을 그대로 둔 채 기품을 가장한 채 위태롭게 얼음장 위를 지치는 암살자 같은 여자다. 눈 멈을 가장한 채. 소설 속 소설인 <눈 먼 암살자>는 정말 멋진 이야기다, 멋진 장치이기도 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민음사는 교정에 지금보다 더 신경써 주길. 민음사, 작지 않은 출판사인데 책 만듦새가 늘 실망스럽다. 언제부터 그랬지?
이 세상에 내가 읽어보지 못한 소설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소설을 등한시 했던 잃어버린 십 여년이 이제와 너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