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 밀려오고 머리가 멍해지는 시각이 5시 언저리쯤이다. 어제는 내 형편으로는 꽤나 밤 늦게까지 책을 읽은 셈인데, [디버블링]은 깨알같은 재미가 그득한 책이다.  

 

 

 

 

 

이제 딱 절반 정도 읽었는데, 우석훈이 자기가 공부한 걸 다 집어넣고 싶어했다는 말이 수긍이 갈 정도로 많은 지식과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방송에서 우석훈을 본 적은 한 번 밖에 없는데, 실시간 토론프로그램도 아니었고 몇 년 전 신년 무슨 좌담회같은 거였던 것 같다. 실망스러운 방송이었는데, 편집상의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토론이나 방송에는 잘 맞지 않아보였다. 요즘은 논객들도 방송까지 섭렵해 주셔야 여러모로 도움을 받는 것 같다. 강준만 교수 같은 경우가 좀 예외인데(그냥 책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강준만 교수의 예전 글들은 정말 웃겼다. 인문사회학 책 읽으면서 깔깔 거리고 웃기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방송에는 안 나오지만, 가끔 신문이나 잡지 인터뷰를 보면 유머 그득한 사람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뭔 얘기 하다... 그러니까 88만원세대라는 시대의 개념을 낳고도(물론 단독 저서는 아니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잘 모르고 하는 말인가?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책 소개도 본격적인 리뷰나 비평은 없고, 대동소이한 개략적인 책 소개 정도가 다 인듯하다. 허긴 나도 이제 딱 절반 읽었으니까.  

만담꾼 같기도 하고, 시시콜콜할 정도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소소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자기식으로 통찰할 줄 아는 능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공감하는 부분도 정말 많다.  

254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케인스를 중심으로 공부했던 조순, 정운찬 같은 케인스주의자나, 이후에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을 이론적 스승으로 삼아 시장 근본주의를 전개한 시카고학파나, 문제는 이들이 너무 '디테일'에 약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큰 얘기에 익숙했던 경제학자들은 구체적인 사업 도면을 볼 줄도 몰랐고, 토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토건쟁이'들의 지독할 정도로 세세한 수익의 움직임을 분석하기에는 너무나 이론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통렬한 지적이라고 본다. 우석훈의 통찰대로라면 한국의 이 시대는 토건, '공사주의'가 완전히 국민경제와 국민 대다수의 삶의 재생산을 어렵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정도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삶이 토건 혹은 공사주의와 무관할 수 있었겠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뉴타운, 재개발 담론이 한창일 때 시민단체 등이 제 아무리 지적하고 소리친다해도 이 엄연한 이해관계 현실 앞에서 생태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얘기가 먹히겠는가? 이익이 왔다갔다하는 눈앞의 사태 앞에서 초연하라는 건... 그래서 2006, 2007, 2008년의 선거 결과가 어쩌면 당연했다. 그 때 느꼈지 않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어제 뉴스에는 의정부 어느 지역의 뉴타운 반대를 외치며 농성하는 주민들 소식이 있었다. 몇 년 전 뉴타운 지정될 때는 쌍수를 들며 환영했다는 주민 한 사람은 이제는 강경반대자가 되었다. 집값 하락을 맞으면서 뉴타운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현실 때문이다.  
 

토건 아닌 다른 지역경제를 경험할 수 없는지를 질문하는 우석훈의 말도 와 닿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풀뿌리부터 개발이익을 따지는 것 외엔 다른 지역경제를 생각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일 것이다. 토건 아니고 다른 무엇을 어떻게 내세울 것인가. 
 

[생태요괴전]은 지난 주말에 읽었는데, 이 책도 재미난 책인데, 그 중 울림이 있는 질문은 이런 거였다.  

특히 이 책을 보고 있을 도시의 십대 여학생들에게 아파트가 아닌 공간에서 사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

 

 

 

 

 

근데, [디버블링]에 Index가 없는 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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