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논픽션(자신은 논픽션도 아니고 비(非)픽션이라고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 두 권이 문학동네에서 재출간된다고 한다.  

 

 

 

 

 

 

   

 

1995년 3월 어느 날 아침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한 옴진리교 사건에 관심을 가진 하루키는 피해자들과 범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 두 권은 그 인터뷰를 기록한 책이다.  

 2권 [약속된 장소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나오는 책인데 사건의 가해자들인 옴진리교 범인들의 인터뷰라고 한다.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1권 [언더그라운드]는 열림원에서 나온 책을 읽었었다. 지금은 절판되었고 문학동네에서 다시 나오는 셈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피해자들인, 그야말로 그 날 아침 출근 또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 그 곳에서 그 지하철을 탔던 일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진술을 써내려간 글들이라서 한 번 손에 쥐고 쭉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은 책이었다.   

계간지 [문학동네] 지난 호에 실린 하루키의 인터뷰에 이 [언더그라운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언급이 나온다. [언더그라운드]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언더그라운드]와 안톤 체호프의 [사할린 섬]을 연관시킬 수 있다. 그건 [1Q84] 1권 20장에서 [사할린 섬]의 '길랴크 인' 대목을 덴고가 후카에리에게 읽어주는 형식으로 길게 인용한 장면에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1995년 한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을 보면서 일본이 전후 오십년을 기점으로 분명하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일본을 피하고 싶었던 하루키가 자신은 '일본 소설가이고 일본을 무대로,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인식을 더욱 강하게 한 듯하다. 자신의 눈으로 그 변화를 지켜보자는 마음이 강했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옴진리교 사건을 다룰 것인가, 여기서 하루키는 체호프의 [사할린 섬]을 생각했을 것이고, 이후 [1Q84]에서 비법 혹은 해명의 일단을 느낄 수 있도록 쓴 듯하다.  

[사할린 섬]은 꼼꼼히 읽어보면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하는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특히 '묘사'에 감탄한다.  

"그는 의견은 거의 쓰지 않았어요. 그저 세세한 부분을 찬찬히 바라보고 묘사합니다. 관찰하고 묘사한다. 또 관찰하고, 묘사한다. 그 자세 속에 그의 분노라든가 슬픔이 떠오릅니다. ...... 거기에 비교할 건 못 되지만, [언더그라운드]도 남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고 그걸 공정하게 기록함으로써 나 자신의 분노, 슬픔을 표출하려고 애썼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서, 그 일을 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인터뷰) 

"...체호프가 묘사한 황량하기 짝이 없는 사할린의 바닷가 풍경이 그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자리를 잡았다. 덴고는 체호프가 들은 그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눈을 감자 덴고는 인적 없는 오호츠크 해의 찬 바닷가에 홀로 서서 깊은 사색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체호프의 어디에도 둘 데 없는 우울한 사색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 땅 끝의 대지에서 그가 느낀 것은 압도적인 무력감이었으리라. 19세기 말에 러시아 작가로 산다는 것은 아마도 달아날 곳 없는 통렬한 숙명을 등에 짊어지는 것과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그들이 러시아에서 도망치려고 하면 할수록 러시아는 그들을 제 몸뚱이 안으로 삼켜버렸다." ([1Q84] 1권)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를 읽는 한 가지 길 안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 건조하고 계속되는 구술 속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고 읽어야 하는지, 읽는 자의 몫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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