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집 [책을 읽을 자유]에 대한 적절한 응답은 로쟈님이 소개해 준 책들을 나 또한 관심 갖고 읽어보는 일일 것이다. 매일 로쟈님의 서재를 들어가보지만 그저 출근부 도장찍고 나오는 정도밖에 못하는데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오면 오며가며 테마별로 다뤄진 책들을 자세히 보게 된다. '지의 항해사'라는 말은 절묘하게 들어맞는 듯하다. <책읽기와 글쓰기> 테마에 나오는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에 대한 글에서, 저자의 '초병렬 독서법'은 로쟈 자신 또한 잘하는 분야라서 특별히 건질 게 많지 않았다는데도, 마지막 괄호안의 말 "(나도 일단은 자동차 부품 회사에 들어갔어야 했던 것일까?)" 같은 개그를 낳게 했다. 로쟈님이 매일같이 부지런을 떨었던 작업들이 두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고, 바야흐로 손안의 컴퓨터, 손안의 전자책이 도래한 시점에는 더욱 유의미한 일이 될 듯하니 운명의 항해는 계속 되어야만 한다.  

10여 년 동안 해온 작업의 일부를 정리하는 한편으로, 앞으로 계획한 일의 결실을 기다리는 입장인데, 먼저 전공분야이기도 한 러시아문학 관련 입문서를 쓸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최근에 읽은 김언수의 [설계자들]에는 주인공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재미있냐고 묻는 질문에, "굉장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는 책이야. 바르바라 배뜨로브나 스다브로기나가 주인공의 어머니이고, 스쩨빤 뜨로피모비치 베르호벤스키는 주인공의 가정교사고 뭐 그런 식이지. 어쨌든 이런 인물들이 만나면 이름만 가지고도 한 줄이 훌적 넘어가버리는거야. 그러니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잔뜩 나오는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을 수가 없지."  아무튼 이런 이름들을 가진 작가들이 이런 이름들을 지닌 인물들을 내세워 쉽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책들이 상당수일 러시아문학과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본격 문학서를 구상 중이라니 어떤 묘책(혹은 정면돌파)이 담긴 책이될지 몹시도 기다려진다.   

좋아하는 러시아 작가 중 하나라는 다닐 하름스는 또 내가 전혀 안면식이 없는 작가라서 이 사람 책도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부조리극과 유클리드기하학'이라는 페이퍼를 보면,,, 아,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그에 관해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감독 타르코프스키 관련 책이나 논문을 쓰는 것도 목표 중 하나인데, 이 역시 궁금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계획했던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타르코프스키는 사망했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안타깝고 아깝다.  

로쟈님이 쓰고 싶은 책 중 하나는 이미 제목이 있다. "너 자신을 세라". 자기 자신을 포함하는, 자기 반영적인 지식의 문제를 다루"는 책이라는데, 뇌과학, 인지주의에 관한 책들을 통과해야 하는 모양이다. 아, 또 내가 이 분야 역시 약해서... 원제목인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아닌 [책 읽는 뇌]라는 한국어판 제목이 일단 발걸음을 떼기 두렵게하는 이 책도 무슨 책인지 한 번 보고 싶다.  

 

 

 

 

 

 

 

 그밖에 로쟈님이 관심을 갖는 주제들이 몇 개 더 있지만, 지금 나의 관심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에 일단 '은행'처럼 리스트로 보관해놓는 정도로 마감하고 싶다.  

 

 책의 열두번째 향연인 <발터 벤야민-도시의 천사>라는 글에서 벤야민과 루카치의 자살에 대한 관점을 비교한 내용이 있는 모양인데, '매우 시사적'이라고 평하는 로쟈는, 마샬 버먼이 "더 나은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런 관점에서 루카치와 벤야민을 비교하는 글"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벤야민...앞으로 다시 읽을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로쟈님이 특별히 관심갖고 있고 좋아하는 철학자인 레비나스는 내게 너무 먼 사람이다. 그럼에도 '어렵지 않'고 '레비나스 (윤리학으로서의) 철학에 대한 수준높은 개관'인데다, '영감의 폭탄'이라 할만큼 '감동적'이라는데 그래도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다.   

 

  

 

   

 

 

 

  

 

대리언 리더의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는 대충 훑어보긴 했으나, 나는 라캉주의자들의 여자에 대한 관심이 더 궁극적으로 궁금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여자를 알려고 난리일까. 뭐 별다른 게 있다고. 이 책에서 딱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남자들은 수집광이 되기 쉽지만 여자수집광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것. 물건에 대한 콜렉터 뿐 아니라 다른 일에 있어서도 남자들의 공격적이라고 할만한 집착과 열정이 여자들에게 주어지기 쉽지 않은 듯해서 그게 늘 아쉬웠는데, '원래 여자는 그래~'라는 건 ... 좀 안타깝지 않은가. 대신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십이야],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자크 카조트의 [사랑에 빠진 악마]는 원츄다. 꼭 읽어보고 싶다. 

  

칠레 출신 생물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윤리적 노하우].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무아 혹은 가상적 인격으로서의 자아에 대해서 좀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로쟈님과 달리 나는 '윤리'라는 개념을 좀더 잘 알고 싶다. 요새 나를 자극하는 개념이 이 윤리인데, 쉬운듯하면서도 좀처럼 잘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지젝의 [시차적 관점]의 4장 <자유의 고리> 또한 참고 글이라고 한다. 

 

 

이 밖에 나중에라도 읽어보고 싶은 책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언젠가 정독할 기회가 있을까. 야심차게 구입했던 [니코마코스 윤리학]도 손 한번 대지 않은 채 고이 모셔져 있다.  

 

 

   

 

서평도서로서 '발군의 저작'이라고 평한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16세기 문화혁명]. 이 책은 도저히 내가 읽을 수 없겠다. 940페이지의 책이다. 지금은 그냥 책 제목과 저자를 기억해두는 일 뿐.  

 

 

 

 다윈좌파에 대한 흥미진진한 글과 주제의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책.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은 있는가?' 얼마나 시의적절한 주제인가. 번역문제와 윤곽만을 다루는데 머문 책의 볼륨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들 정도로 로쟈님의 글은 명확한 전달력을 보여준다. 

 

  

 

이 밖에 최근 나쓰메 소세키 책들을 본 관계로 언젠가 로쟈님이 나쓰메 소세키 관련해서, "국민문학" 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다 했는데, 그 글도 읽어보고 싶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아직 읽어본 적이 없어서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고등학생 시절 때 읽었는데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 때와 다른 독서가 가능할까?

책에 실린 글들과 소개되는 책들은 로쟈님의 서재-은행에 보관된 것들에서 고작해야 얼마되지 않은 부분에 불과하다. 무시무시한 책들이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