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명원의 에세이 [마음이 소금밭인데 도서관에 갔다]라는 제목이 확 와닿았던 때가 있었다. 직업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만이 아니라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삶이란 이런 속성의 애환을 갖는 것이라서 엄살 떨 것도, 잔망스럽게 굴 일도 아니고 담백한 평정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 가끔 책이 도저히 들어오지 않을 때 책을 어따 써먹어야할지 막막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나의 유일한 취미는 책이다. 가끔 평안도 주고 위무도 준다. 어제 약속시간 짬을 두고 서점에 들렸다. 쌓여있는 실물 책들이 건네는 아찔함에 한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르귄이 이런 책을 쓸 줄 생각하지 못했기에 깜짝 놀랐다. 소설 작법 스킬을 '구체적'으로 '강의하듯이' 서술하고 있다니 구경해볼만 하겠다.  

 

 

 

 

 

언제부터인가 한정된 지면에만 글을 쓰며 활동을 줄인다싶더니 강준만교수가 어느 새 또 한 권의 책을 냈다.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 또 한 권 추가요. 

  

 

 

 

 

강준만 교수의 허전하던 자리를 선방해주는 우석훈 소장의 <프레시안> 칼럼 "이마트 피자사건과 거머리" 에서 우 소장이 소개하고 있는 책도 급 관심가는 책이다.   

 시장에 대해서 국민들이 심각한 '철학적 고민과 논쟁'을 해가며 고민하는 힘과 행동을 길러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열심히 읽는 사회 아닌가. 

 

 

 

 

 

또 우 소장이 언급한 책 한 권. 이번 서울 폭우와 침수 사태를 두고 쓴 글에서 언급한 건데, 이번 사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돈 드릴로의 [화이트노이즈]에 원자력인지 핵 관련 시설이었는지 찾아봐야겠지만 어쨌든 그런 시설에서 일으킨 재앙 때문에 주인공 가족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나온다. 가난한 사람만이 이런 재앙에서 대피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과 같은 중산층 사람들 또한 같은 처지에 처하게 된 상황에 당혹해하는 장면. 그런가? 그럴까?  

 

 

 

 

 

 

 

어제 광화문에 나갔는데 햇살은 좋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말끔하게 치워진 도로. 그 멀쩡함이 오싹했다. 더불어 한겨레신문 신기섭 기자의 칼럼 을 읽다가 알게 된 책.  

'더 피할 수 없는 현실, 자살'에 대해서 사회가 지금보다 더 강한 관심과 대책을 고민할 때라는 걸 피력한 칼럼인데. 일본 기자인 저자 후쿠오카 켄세이의 이 책의 한 장의 제목은 '마음이 피를 흘리는 시대'이다. 다른 대목들도 볼만하겠지만, 특히 자살한 사람들의 유서를 다룬 글은 꼭 읽어보고 싶다.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최근에 읽었다. 장정일은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에 대해 요약하면서 현대인들의 타인에 대해 무감각한 "발기불능"을 지적한다. 신기섭이 주목하는 부분도 이 맥락과 상통하다. 자살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는 이제 점점 그런 현실에 오히려 무덤덤해지는 거 아닌가를 염려한다. 그런 틈으로 의도적인 숨기기나 빠른 처리만이 횡행해지는 건 아닌가.  

장정일의 [빌린 책...]은 간절히 읽고 싶었던 책은 아니었지만 빠르게 읽을 수 있었고,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은 예전에 미처 읽지 못했는데 이번에 장정일을 통해서 이 책이 19세기 말 비슷한 연대를 살다간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해 당시와 21세기 초입부를 비교하며 '근대'를 극복하는 고민하고 있는 책이라는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기왕에 읽고 있는 소세키의 [마음]도 그렇고, [고민하는 힘]까지 꺼내 놓았다.  

 

 

 

 

 

 

 

또 하나, 장정일의 책에서 아주 재미있는 정보를 얻었는데, 바로 잭 런던의 [암살 주식회사]라는 책이다.  

이 소설의 탄생부터 운명이 재미있는데, 잭 런던의 미완성유고를 사후 40여 년이 지난 1963년 추리소설 작가 로버트 L. 피시가 결말을 완성하여 출간했다고 한다. 탄생은 1910년, 34세의 베스트셀러 작가 잭 런던은 씀씀이는 늘어났던 반면, 상상력과 소재는 고갈되다시피 하여, 돈을 주고 이야깃거리를 사는 지경에 이르는 모양이다. 소재를 판 사람은 25세의 무명작가 싱클레어 루이스. 훗날 싱클레어 루이스는 미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결말을 어떻게 지어야할지 결론 내리지 못해 결국 런던의 손에서는 미완성이 된 소설. 작품성을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볼만 하겠다 싶다.   

잭 런던이 '소설의 완성을 위한 메모'를 남겼고 책 말미에 실려있으니 그 또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볼만 하겠다. 

 

웬만하면 '읽지 않는(또는 읽지 못할) 책에 대해' 이런 식으로 나열하고 싶지 않지만, 갈수록 책 읽는 시간(또는 마음의 틈)은 줄어들고 그러나 견물생심처럼 책에 눈이 가고 눈이 가면 갖고 싶고, 갖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읽을 수도 있고.... 뭐 이런 마음이다 보니 이런 페이퍼를 곧잘 쓰게 된다. 책은 잘 안 읽혀지고 읽고 싶은 책은 늘고. 강박을 갖진 말자, 흐르는 대로, 책을 써먹을 수 있으면 써먹고 아니면 잠시 쉬고, 다시 돌아가고. 이 무심조차 조절을 못하면 다른 많은 것들까지 무섭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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