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져버렸다. 어느새. 허망하게 한 계절이 가버렸는데, 또 다시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전전긍긍한다. 언젠가부터 4계절을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게 쉽고도 흔한 일이 되지 못한다.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둘러보니 관심 가는 책이 몇 권 보인다. 당분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들여다볼 수밖에 없겠다.

우선, 정신없는 와중에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긴 인터뷰(롱 인터뷰..)가 실렸다기에 계간지 문학동네를 구입한 후 인터뷰만 복사해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흥미로운 인터뷰였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키의 문학작품에 대한 자신의 견해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관심을 끌었다. 하루키는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은가, 관심있는 작가는 사물을, 책을, 사람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하는 심리. 그런 걸수도 있다. 하루키가 무엇보다도 소설, 작가들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키로서는 자신이 공부하듯이 했을 소설 읽기에 대해서만 말하는 데 롱 인터뷰로도 모자랄 수도 있을 테니까.  

 

 

 

 

 

 

하루키가 좋게 보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 특히 [문]은 부부의 이야기라는데 [태엽감는 새]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일단 일 순위로 읽어봐야겠다. [행인]과 [피안 지날때까지]도 부부가 나오는 이야기라니까 참고해야겠다.나쓰메 소세키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하루키가 좋아라한 소설들.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들도 좋아하지만, 이 책 [챔피언들의 아침식사]까지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후기 작품들은 재미있지 않았다고. 

 

 

 

 

 

카포티의 단편집 여기에 [머리없는 매]가 들어있다. 하루키는 자신은 이처럼 멋진 문장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리고 레이몬드 카버, 이 소설집에 카버의 마지막 단편 [심부름]이 들어있다. 체호프의 전기를 읽고 쓴 소설이라는데 보고 싶다.

 

 

 

 

  

하루키는 어렸을 적부터 '압도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좋아했다고 한다. '압도적인 이야기'..... 재능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도 당장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에 꼽았다.  

 

 

 

 

 

   

 

장정일은 이 책의 어느 글에서 '문학이 너무 강한 사회는 온갖 사회적 의제와 다양한 글감을 문학이라는 대롱으로 탈수해버린다'고 했다는데,... 글쎄, ... 오랜만에 장정일의 글도 보고 싶다.

나의 관심사가 지난 1년사이에도 변덕스럽게 요동친 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 특이할만한 변동사항인 듯하다. 소설 외 다른 분야 책들을 많이 읽지 못했고 관심도 예전같지 않다. 요즘엔 공급에 의해 땡기는 소비심리인지 각종 문학전집류들에서 눈이 잘 떼지지 않는다. '클래식'한, '클래식'이 주는 어떤 뉘앙스, 그런 것이 한참이나 그리워지는데, 문제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별로 없는 터라 언제나 만지작만지작 거리고만 있다는 거.  

언제나 꿈꾸듯 나의 늙은 모습을 그려본다. 여유롭게 오래된 고전들을 들고 앉아서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어쩌면 그 때 그 책들을 읽으며 왜 젊었을 때 읽지 못했을까 후회 막심해 할지도 모르고,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꿈은 열심히 꿔본다. 자기 전에 먼 미래의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해보다 잠들곤 한다.   

   

 

 

 

 

 

 

  

 

 

 

  

 

 

정성일의 책 두 권은 여전히 독서중이다. 정성일의 글들을 그동안 소홀히 봤는데 아, 이사람 대단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새삼 느끼며 재미있게 보고 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에서의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 일본의 '청춘영화'에 대해, 그리고 또 왕가위에 대해, 좋은 글들이다.   

마지막으로 로쟈님의 새책.  

 

 

 

 

 

 

 

6백페이지가 넘는다니, 아, 난 이런 책 싫다. 정색하고 책을 읽을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 무겁고 두꺼운 책은 애물단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로쟈님의 서재는 여전히 매일 들여다보며 책 소개를 받고 있지만 나의 관심사가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로쟈님이 다음엔 러시아문학을 다룬 책을 기획하고 계신다니 이게 더 기대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18페이지에 서표가 꽂혀있다. 거기까지 읽다 말았다는 얘기다. 당분간 이 책 역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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