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 독서는 잠시 보류해두었다. 첫번째 단편, '밀실선언'을 읽긴 했지만, 그냥 읽는 것으로는 제대로 음미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게이고가 이런 소설을 쓸 때는 그가 얼마나 많은 소설들을 섭렵했을 것이며, 이 장르에 대한 나름대로의 통찰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한번쯤 이 계통의 장르에 대해 계보라든지, 스타일, 작가, 시대별 흐름 등을 정리해보자...가 아니라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 있으면 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내가 주로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김용언에 의하면 이른바 '사회파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할 수 있는 책들인 것 같다. 주로 누가 보다는 왜, 동기에 대한 사회적 의미를 돌이켜보게 하는 이야기들. 그가 본격 추리소설로 실험해 본 작품들은 한국에서는 시기적으로 늦게 출간된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라든지 [내가 그를 죽였다]가 해당될 듯 한데, [명탐정의 규칙]에 대한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해설에서 소개된 게이고의 책들은 내가 미처 챙겨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오래 전에 읽었던 에르네스트 만델의 [즐거운 살인 : 범죄소설의 사회사](1984/이후,2001)은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하기도 했었는데, 가물가물하다. 범죄소설이라는 장르로 묶었지만, 추리, 미스터리, 탐정, 범죄스릴러 장르의 사회사적 역사를 일괄해서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는 희미한 감상이 떠오른다. 이번 기회에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하다. 그 때는 독서도 일천했고 관심만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때 보다는 쬐끔 더 많은 소설을 봤으니까, 아, 물론 많은 이야기들이 기억이 안나지만, 메모해뒀던 노트들 보면 기억이 새록새록 날지도 모르니까.   

 

 

 

 

 

 

책 소개에서도 이 책이 문학사적이 아니라, 사회사적인 프레임 내에서 범죄소설을 살필거라니까, 진짜로 문학사적(문학사에 포함시켜 논의한 책이 있는지 모르겠다)으로다가 일괄해본 입문서나 문학비평서 같은게 있는지 모르겠다. 관련된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광범위한 검색을 해봐야할텐데.... 당장은 불가능하다. 안타깝다. 있더라도 번역이 안되어 있으면 이 또한 괴로울 일이다. 외서 사이트만 살펴도 몇 권이 눈에 띄는데, 쩝.  

관심사가 늘 변하다보니 진득하게 뿌리를 뽑는 식의 작업은 나와는 거리가 언제나 멀다. 얕고 폭넓게~ 뭐, 이렇게 말하지만 둘 다 안된다. 

안소니 버클리 콕스의 [독초콜릿 사건]을 읽었는데, 새로워 보였다. 안소니 버클리 콕스(1893~1970, 영국)의 필명이 프랜시스 아일즈Francis Iles로, [살의]의 작자이기도 하다. 예전에 완전 재밌게 봤던 소설인데, 도서추리소설이라는 스타일(?)의 대표격이라는 소개를 기억한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통해 그가 어떤 작품들을 남겼는지를 볼 수 있었는데, [시행착오] [두번째 총성]은 번역되어 있고, 가장 보고 싶은 소설인 [여자에게 바치는 살인이야기 Muder Story for Ladies]라는 책은 국내에 소개가 안된 것 같다. 일단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제목이 [Before the Fact : Muder Story for Ladies]로 나와 있다.  

주인공이 살인자인 남편과 결혼하여 그 남편에게 자신이 살해되기 바로 전까지를 써나간 기묘한 이야기로, 선천적으로 악한 사람과 그것을 알면서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내 두 사람의 성격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범죄 심리소설로서의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 옮긴이가 소개했다. 보고싶다.      

  

 

 

 

 

        Before the Fact (Pan Classic Crime)

 [독초콜릿사건]에서 치터윅이란 마지막 추리발표자는 앞서 5명의 발표자의 추리에 대해 일람표를 만든다. 각각, 동기, 관점, 논증의 중심점, 증명방식, 비슷한 앞선 사건, 그래서 결론적으로 범인. 이렇게 6가지에 포커스를 맞춰 사건추리를 해나간 사람들의 특성과 방식 또한 깊이는 아니지만 살피고 있다. 다른 식으로 얼마든지 추리 방식과 관련된 논점들을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이코패스라는 도대체가 '맥락있는 동기'를 갖추지 않은 희대의 범죄자가 등장하는 요즘이야 CSI처럼 '과학'이 밀접하게 결합해야 풀 수 있는 새로운 유형으로도 범죄수사학, 혹은 추리가 진화(?)했으니 깊이 파보면 흥미진진한 얘기거리가 나올 수 있을 듯한데. 

누군가 이 장르사를 정리해준다면 완전 대박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저자가 있으려나? 안 사려나? 관심 없으려나? 아니면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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