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의 소설들, 국내 번역된 것은 세 권, [그저 좋은 사람](2003), [이름 뒤에 숨은 사랑](2008) [축복받은 집](1999) 순으로 읽었다.  

체호프와 비교되기도 하는 모양인데,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을 때와 비슷한 감성을 느낀 것 같다. 아주 쉽고 단순한 문장으로 문단을 만들며 이야기를 전진시켜간다. [이름뒤에 숨은 사랑]을 번역한 박상미는 '하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으로서 공감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라히리의 탁월한 능력'을 말한다. 동의할 수 있다. 또, [축복받은 집]의 옮긴이 이종인은 그녀 작품의 특징으로, 관념과 사물을 결합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과, 이야기의 흐름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독자에게 서늘한 인식의 충격을 주는 기술이 있다고 요약한다. 역시 동의할 수 있다. 평이하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후반부의 급작스런 변화를 주면서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어올린다. 여튼 재밌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작가이다.   

거의 모든 작품이 인도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줌파 라히리의 특징이기도 했다. [축복받은 집]의 [진짜 두르완(수위)]와 [비비 할다르의 치료기]정도를 빼고는 중산층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지식인들이 많다. 교수거나 박사 또는 석사학위를 준비하거나 등. '의사, 변호사, 못되어도 경제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민 1세대 부모들의 바램이 그렇듯, 번듯한 직업과 직장을 갖는 꿈을 꾸지 않는 이민자들이 어디 있겠냐마는 줌파 라히리의 소설 세계의 인물들은 과하다싶을 정도로 지식과 부를 갖춘 인물들이 많다.  

[이름뒤에 숨은 사랑]에서 주인공 고골리의 어머니 이사마는 1960년대 결혼하여 남편 따라 미국에 온 인도 여성이다. "아시마는.......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 임신한 것과 다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은 끝도 없고, 언제나 버겁고, 끊임없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단편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글을 쓰는 줌파 라히리가 더 넓은 세계를 얘기할런지, 아니면 더 깊이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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