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화를 두편이나 봤다.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은 극장에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블러디 다이아몬드>는 케이블 TV에서. <블러디...>는 2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다, 케이블 TV에서 하기 땜에 중간중간 광고가 끼어들고, 또, 1부, 2부로 나눠서 하느라 1부 끝나고는 한참을 쉬어야했다. 늦게까지 TV 보면 안되는데 이왕 본 거, 또 보고 싶기도 했고 해서 졸음과 피로를 참으며 겨우 봤다. 디카프리오는 점점 매력적인 배우가 돼 가는 것 같고, 현실 고발을 담고 있는 만큼 충격적이고 참담한 이야기가 영화 전편에 흐른다. 2007년 1월 개봉했는데, 관객 동원은 43만 정도였던 듯하다. 맞붙어 1위를 한 영화는 <마파도>였다. 할리우드영화도, <트랜스포머> 정도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   

<블러드..>에서 솔로몬의 말, '사람들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해요, 차라리 외국이 지배하던 때가 나았다고...' 아프리카 나라들이 유럽의 식민지에서 해방됐지만 여전히 착취 당하는 대륙으로 전전하며 내전 등으로 살육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을 드러냄과 동시에 인종차별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아프게 찌르는 말처럼 들렸다.  

<호우시절>을 보며... 울었다. 울면서 생각했다. '내가 눈물 흘리는 건 호르몬 때문이야.' 

혼자 본 것도 아니고 직원 중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영화관을 혼자 찾아 버릇하는 나로서는 다소 불편했지만, 그래도 함께 보자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근데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지 뭔가. 아, 민망했다. 평소의 카리스마와 냉정함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  

호르몬 때문이 크지만 그래도 눈물이 난 이유를 굳이 찾자면 이유가 있긴 하다. 굳이 밝힐 순 없고.  

<호우시절>은 '모든 걸 마음에 담아두고 살 수는 없다'는 말과 통하는 얘기를 담고 있다고 봤다. 쓰촨성 지진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이 이야기에는 두보초당의 아름다움과 봄날의 상큼함을 관광 안내 홍보처럼 보이기도 하는 영상을 많이 담고 있다. 정우성과 고원원이 영어로 대사를 주고받는식은 보는 데 이질감을 계속 느끼게 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왠지 자신들의 말이 아닌 외국어로 얘기를 하는 것을 보는 어색함이 맴돌았다.  

절정부분의 고원원의 울음을 보면서, 도대체 저 감정을 뭐라 봐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재된 감정, 복잡다단한 그런 모든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리라. 그래도 굳이 어느 쪽이 더 강했을까 라는 고약한 생각을 계속 했다. 허진호는 사랑을 둘러싼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데 과연 재능이 있다. 그래서 어제도 허진호 영화를 보러 간 게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하니, 그의 다음 영화도 기대해본다.    

 

<호우시절>은 자세한 투자정보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만 보면, 한국과 중국의 주연배우, 한국 감독, 배경 중국, 언어 영어&한국어로 요즘 심심찮게 시도되는 '글로벌' (글로벌한 마인드나 주제, 정서를 담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본과 인적, 배급상황만으로 자국을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이병헌 정도를 제외하곤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런 프로젝트들에 대해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