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영원한 격리.저자 마이클 길모어의 둘째 형이자, 냉혹한 살인을 저지른 개리 길모어를 사형, 총살형에 처한 미국 유타주의 형법과 여론이 원했던 것. 개리 자신이 총살형을 원했다. 사형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죽음만이 자신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이미 수없이 자살기도를 했고, 가석방돼 나왔을 때 그에게 주어진 낯선 세계에서 살아갈 그 어떤 의지도 가질 수 없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아무 이유없이 개리에게 살해당한 그 피해자의 가족들은 개리가 사형을 선고받고, 개리 자신이 죽여달라는 적극적인 언론 플레이를 할 때, 그리고 결국 개리가 원하는 대로 사형이 집행되었을 때, 즉, 개리가 자신의 방식으로 사형을 끌어들이고 받아들였을 때, 속절없이 견뎌내는 것 외 달리 방법이 있었을까?

폭력이 점철된 인간사 때문이든, 좁게는 정착기 미국의 역사, 더 좁게는 길모어 가족사의 저열함과 폭력성 때문이든, 큰 형인 프랭크2세와 저자 마이클은 다른 길을 갔고, 개리와 게일런은 연속적인 범죄를 저지르다, 한 명은 총살 당했고 또 한명 게일런은 살해에 가까운 상처를 입고 후유증으로 죽었다.  

개리가 어린 시절부터 보호소와 감옥을 드나들며 거기에서 가해지는 교화라는 허구, 폭력적 감금의 영향으로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범죄와 타락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해도, 개리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악의 성향을 변호하기는 어렵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어찌해볼 수 없는 폭력의 근질대며 끓어오르는 분출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마이클의 분노, 안타까움, 죄책감과 두려움 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개리의 그 비뚤어져만 가는 행위가 그 어떤 것으로도 막지 못할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개리 자신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죽음을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지적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를 보다가 알게 된 책이 마이클 길모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이다.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채 다 읽지 못했는데, 하루키가 신문에 연재했던 에세이 모음집이다. 어떤 글은 좋았고, 어떤 글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하루키는 이 책의 일어 번역을 했다. 그래서 집사재에서 나온 이 책에는 하루키의 일본어 번역판에서 옮긴 하루키의 해설('후기')이 맨 앞에 실렸다. [태엽감는 새] 집필을 하는 도중에 번역에 손대기 시작했으니까 아마도 이 책을 번역할 때 '고배대지진',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접하며 인간과 사회에 대해 한 걸음 더 바짝 관심을 가지고 있던 때였을 것이다.  

책을 번역하면서 하루키는 '인간으로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썼다. 

소설가로서 하루키는 강렬한 현실의 인간 이야기 앞에서 소설가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했던 듯하다.  

   
 

"'현 시대는 사실이 픽션보다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말투가 유행이라 해도 나는 하고 싶지 않다. 세상사는 그렇게 단순명쾌하지 않다. 사실에는 사실 고유의 다이너미즘이 있으며 픽션에는 픽션 고유의 다이너미즘이 있다. 사실과 픽션과는 박자의 길이가 다르고 살을 붙이는 방법이 다르고 책임 소재도 다르다......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실과 픽션이라는 두 다이너미즘은(물론 그것이 각각 양질의 것일 경우지만), 특성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점점 가까워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실에는 픽션적인 요소가 첨가되고 픽션은 사실적인 요소를 더욱 늘려갈 것이다." 

 
   

하루키는 이 책을 '정신적 상처의 연대기'라고 칭했다. 동시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생각했다. 길모어, 그 중 외가의 뿌리에 흡착돼있는 모르몬교가 보여준 것처럼, 미국이 "격렬한 폭력에 의해 승리를 쟁취한 국가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저주가 지금 어떤 사람들을 격렬하게 규정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라고 하루키는 적었다.  

하루키는 '황폐'와 '유령'을 마이클 길모어가 자신의 뼈아픈 가족사를  쓰면서 쥔 키워드라고 생각하는듯했다. "먼 과거의 깊은 어두움으로부터 나타나, 그들의 목덜미를 붙잡고 지옥으로 끌고가는 무섭고 영원한 죽음의 영혼, 그것은 도망갈 수 없는 전승이며 유산이다." 

하루키 세계와도 닿아 있는 말처럼 보인다.  

우리의 '유령'도 이처럼 강렬하게 보여주는 이야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줬음 좋겠다.     

p.s. 예전에 읽었던 천명관의 [고래]가 얼핏 떠오른다. 주인공 여인의 얘기를 통해 악몽과 현대사를 관통해 보여줬던 것 같은데 ... ..  


 

 

 

 

 

 

 

p.s. 모르몬교(몰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교회)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조지프 스미스?)가 '모로니'신의 천사로부터 받은 고대의 황금접시에 새겨진 것을 옮긴 것이라고 하는 경전, 모르몬교의 '성경'과 같은 모양인데, 우리나라엔 아주 '귀한' 책이 돼버렸다. 마이클 길모어에 의하면 '성서적인 의미를 제거하고 남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가득한 이야기, 즉 가족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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