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자신의 임기내에는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지 며칠이 지났다. 글쎄...일반 사람들의 반응은 대꾸도 하기 싫다는 정도 아닐까. 대운하에 대한 자신의 신념도 분명히 하고, 4대강 살리기라지만 죽이기가 확실한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하니 뭐, 참 ... . 하겠다고 하는 측이나 그걸 듣고 있는 측이나 이제 제 갈 길을 가면서 때를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이미 4대강에 보를 놓는 일들은 착수에 들어갔는데,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거 아닌가? 

우석훈의 [직선들의 대한민국]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은, 대운하에 대한 생각이 오래 전부터 MB 가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도 북쪽에서 생각했던 것이며 남쪽의 여러 정권에서도 고려했던 것이라는 점이었다. 

대운하를 검토하게 만든 두 가지 힘으로 전국적인 상수원 정책과 확보 필요성, 또 하나는 물관리가 부딪힌 딜레마 라고 우석훈은 지적한다. 한강축과 낙동강축의 다른 수량과 수질관리문제에 부딪히면서 언젠가는 물이 부족한 경상도 지역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도권에서 나누는 문제를 검토했다는 것. 한강-낙동강을 잇는 1~2미터 안팎의 상수도용파이프를 고려했고 MB식으로는 여기에 배가 다니는 운하가 좋다는 생각으로 그려졌을 거라는 것.  

또한 홍수관리와 전력생산 관점에서 이뤄지던 물관리 정책 때문에 직강하천으로 만들어 제방을 쌓고 했던 것인데 이런 식은 필연적으로 준설의 문제를 낳는다고 한다. 준설하고 제방을 높이고 다시 준설하고 뭐 이런 식으로 가다보니 비용도 문제이고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런데 대운하는 이런 물관리 정책 외에 '한국경제의 절박함'이라는 경제적 문제가 덧붙여진다. 해안과 연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경제정책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는 내륙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 책은 좀더 거시적 관점에서 여러 사안을 볼 수 있게 해 준 듯하다. '미학적 관점'을 들이댄 것도 흥미로웠고. 아무래도 우리에게 그런 경향이 있지. 암만. 질척거리고 좁고 구불거리는 곳에서 오밀조밀 살던 사람들에게 거대한 힘이, 일사불란하게 작동하여 쭉쭉 뻗고 높디 높고 빤짝빤짝거리는 것들로 자신의 주위가 변화돼가는 과정을 지켜본 세대라면 그 직선들의 힘과 '아름다움'에 딴지를 거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온 거 아닌가, 지금, 이 모습이란 게. 

그러니 청계천이 떡 만들어지고 나서, 그곳에 어떻게 물이 흐르고 정작 청계천은 어디로 흐르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조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흡족할 수 있다면 한강 뿐 아니라 서울 전체에 여러 하천들을 있는 대로 '개발'하여 요트 띄우고 배 띄우고 싶어 조감도를 또 그리고 있을 그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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