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은 [제물의 야회]는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를 쓴 프리랜서 기자 오쿠노 슈지가 책을 쓰게 된 계기로 삼는 1997년 사건, 14살 중학생 소년이 초등학생 소녀를 살해 후 목을 잘라 교문에 매달아 놓았던 사건을 모티프로 해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오쿠노 슈지는 이와 유사한 1969년의 사건, 고등학생인 A가 자신을 괴롭혔기 때문에 동기인 히로시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나 히로시가 진정 A를 괴롭혔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은 채 세간에서 잊혀졌던 사건의 유사성을 문제삼아 이후 두 사건의 이후를 취재하여 쓴 책이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이다. 

피해자 가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을 보냈으나 가해자였던 A나 중학생은 그 후 어떻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관심에서 멀어진 듯하다.  

기자가 추적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알려지는데 가해자 A는 이제 변호사로 개업하여 살고 있더라는 것, 무엇보다 자신이 "나쁜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충격이자 아찔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지난 주 일요일 밤 마봉춘네 시사매거진2580에서 방영한 '심야의 무법자' 편을 아주 흥미롭게 봤다. 오토바이 폭주족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이 몇 개 지역 합동 기동대를 편성해 지난 현충일 '작전'을 폈다는데 그 때 취재반이 동행하여 취재한 내용이다.  

'작전'의 개요는 폭주족들을 작전구역으로 한데 몰아 앞뒤를 막은 후 대대적으로 검거한다는 것. 여기에는 단지 형사들만이 아니라 전경들, 그리고 서울시 도로교통통제 헤드까지 합동으로 참여한 것이었는데 '작전'이라는 것이 주는 묘한 흥분감을 느낄 지경이었다. 작전을 거는 전위들의 의도가 무참하게 폭주를 이끄는 리더들은 교묘히 눈치를 채거나 서로간의 연락으로 피해가는 바람에 현충일 작전은 일단 실패했...을 것이다(기억이 좀 흐물~).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작전에 나서는데 이날은 일정 정도 성공을 했다. 경찰이 몰았던 터널로 들어간 아이들은 뒤늦게 사태파악을 한 후 오토바이를 버리고 담을 타고 도망갈 수 있었다. 또 어떤 아이들은 경찰벽을 오토바이로 들이밀어 허물고 도망치기도 했다. 이로인해 전경 한명이 치여 쓰러졌다. 다리를 크게 다쳐 입원상태다. 경찰은 처음부터 막무가내로 치고 나가는 애들을 무리하게 막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서로간의 부상을 염려해서였다.  

이 날 실적은 그래서 십여명 정도를 붙잡는데 '그쳤다'. 

그 다음 경찰서로 이송된 아이들과 경찰들의 실갱이는 코미디. 이송되기 전 무조건 싹싹 비는 아이도 있었다. 용서해달라고. 참 이쯤되면 데리고 가는 경찰도 난감하다.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한 형사는 초코파이를 나눠주며 달래기도 한다. 덩치 큰 형사가 자그마한 몸집의 아해들과 주고받는 문답을 보고 있자니 눈물나면서 웃겼다. 아, 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변성기 전이거나 변성기를 맞고 있는 남자아이들의 목소리를 그런 장면에서 듣는 건 참... . 

역시 애들은 애들. 아니면 자신들의 '애'라는 처지를 십분 활용하는 영악함이던. 처음이다, 나는 뒤에 앉아 있었을 뿐이다, ... 또... 뭐, 등등. 여기에도 법을 잘 아는 고참 애들은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러 주장하기도 한다.  

기자가 폭주 뛰는 아이 중 한명의 허락하에 하루를 동행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마 중학생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학교는 다니지 않는다. 집도 딱히 없는 듯 아는(역시 폭주 뛰다 만난) '선배'네 지하 방에서 함께 기거한다.  

늦게 일어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며 한끼를 해결하고 하루 종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스스로 폭주에 나선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배달의 기수다), 지나가는 여자들을 위협하여 돈을 빼앗기도 한단다. 나쁜짓이라고 아이는 말한다. 혼자 우두커니 길에 앉아 있곤 하는 모습도 있다. 기자의 멘트 '딱히 갈 데가 없는 듯해 보였다.'  

기자를 비롯해 취재팀의 그 '어정쩡한'(?) 주제 또는 감정이 보는 나의 감정과 뒤섞이며 여운이 남는 방송이었다. 폭주 뛰는 아이들의 난폭함과 그들 때문에 받게 되는 피해, 피해자들, 또 한 편으로는 그 아이들이 이렇게 내몰리는 여러 요인들, 경찰의 입장, 무엇보다 아이들, 자기들에게 기다리는 앞날, 혹은 미래가 어떨지 어렴풋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런 아이들, 그럼에도 오늘 그들은 폭주를 뛴다.   

몇 년전에 학교에서 집단으로 여학생을 성폭행한 남자아이들과 그 부모들 얘기가 이슈가 된 적도 있다. 아이들 보다 그 부모들의 얘기가 더 기함하게 했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다.  

 

 

 

 

 

 

 

일본이 우리 보다 약 10년 전도 앞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보여준다고 한다. 지금은 10년이 아니겠지만. 일본이 미성년자 범죄와 법, 사회적 복귀와 관련된 제도를 화두로 삼은 취재물도 나오고 소설들이 있는 데는 좀더 세분화, 세밀화하여 천착하는 역할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또 범죄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범죄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에 대한 관심.  

물론, 국가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해서도 겨우겨우 하나씩 돌아보고 있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다. 또 일본은 정작  과거에 아시아 여러 나라에 끼쳤던 일에 대해서 지식인들이나 예술가들이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생각해볼 일일 듯하다.    

국가가 관심두지 않는 범죄 피해자들의 문제는 최근에 강호순 사건이 나오면서 몇 가지 다뤄진 적이 있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해야 할 일들을 지적했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우리 나라에 범죄피해자구조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규정이 너무나 한정적이고 적용도 까다롭고 뭐 기타 등등. 흔히 접할 수 있는 클리셰.  

그 때 인상적이었던 건 일부 법조인들이 지적했던 범죄피해자들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 임무,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소홀히 하여 피해를 당하게 했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 피해자구조금의 현실화 문제가 새삼 떠오른 것도 최근의 일이지만 강호순에 집중된 관심만큼 관심을 끄는 데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     

요즘 또 다시 게이고의 소설들 읽느라 바쁜데,   

 

 

 

 

 

 

정말이지 게이고는 ....  

 

 

 

 

 

 

 

뜻밖의 게이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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