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족들과 편치않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눈 앞에 닥친 미뤄둔 일들을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지 정리하지 못한 채 영화만 두 편 봤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케빈 맥도날드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박쥐>는 생각보다 [테레즈라캥]과 너무 닮아 있어서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과도한 폭력성과 잔인함을 배가시키는 박찬욱 감독의 의도적 오버는 늘 신경을 거스른다. 환자 침상 밑에 드러누워 링겔튜브로 피를 쪽쪽 빨아댄다든지 병 따위에 담아두어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 방식은 생계형 뱀파이어로서의 안쓰러움과 우스움을 포착하는 데 나름 성공했다고 평가해주고 싶다. 그러나 송강호의 '노출'로 화제가 되었던 장면은 암만 생각해도 박찬욱스럽다. 송강호는 숭고한 마음으로 그랬다치고 그 숭고함을 드러내기 위해 강간을 당해야 하는 여자는 어쩌란 말이냐.  또 태주는 어쩌란 말이냐. 엔딩 장면에서 태주는 꼭 그렇게 상현에게 감사를 표해야했을까. 

[테레즈라캥]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독배를 함께 마시는 장면과 거기에 이르기까지 독자가 느끼는 정서와 <박쥐>의 태주와 상현의 엔딩 사이에서 딱히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의 엔딩 타이틀은 왠지 코끝이 찡함을 줬다. 아래 포스팅한 이미지말고  진짜 따오고 싶었던 건 엔딩 타이틀에서 보여주는 신문 인쇄 과정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이 엔딩 타이틀 땜에 기억할만한 영화가 될 것 이다. '제이스 본'시리즈를 썼다는 토니 길레이가 참여했다든지 제작사가 워킹 타이틀이라든지 하는 건 볼만한 만듦새일 것임을 기대하게 했겠지만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는 얘기, 쇼킹한 뉴스거리도 아닌 얘기를 한다. 다만 이 엔딩이 영화를 살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지극히 대중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생각할 메시지를 담기도 하는 게 할리우드 영화다.  

 

일 때문에 전화를 걸었는데 또 다시 변명같은 말들로 회피하는 이들과 통화하면서 전화를 부셔버리고 싶었다. '그래? 그러시단 말이죠? 집어쳐 개자식!'이라고 쏘아붙이고 전화를 탁 끊을 수 있다면 난 정말 행복할 것이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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