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이제 달랑 3권 본 셈이다.
[백야행] [편지] 그리고 [용의자X의 헌신]
국내에 출판된 그의 책만해도 십여권이 넘는데 고작 세편 보고 그의 작품 세계를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읽어본 책만으로 봤을 때 그의 '죄와 벌'에 대한 주제의식이 흥미로웠다. 또한 인물들이 갖는 실존적 딜레마를 극화하는 데 자질을 보여주는 작가인 듯 하다.
[백야행]은 박신우 감독 연출로 촬영을 시작했다. 각색한 시나리오를 보긴 했는데...내가 생각하기엔 아주 중요한 점에서 원작과 다른 해석 또는 촛점을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만화나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화하여 흥행면에서거나 작품성 면에서 성공을 거둔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외에 또 뭐가 있지?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을 영화한 <검은집>은 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 번건가? 손익분기점 겨우 넘긴건가? 원작이 있어 쉬울 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달리 생각할 일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자기 논리의 끝까지, 자기를 고집하는 이성의 광기를 포착"한 작가로 본 밀란 쿤데라([소설의 기술])를 참조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위 세작품은 죄를 저지른 자로 인해 어찌해 볼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의 실존적 선택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용의자X의 헌신]은 다소 신파적으로 보였는데, 자신의 삶을 모두 걸고 하는 사랑이라는 게 멜랑콜리했다. '멜랑콜리',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향수를 기본 바탕으로 한 정서라면 이제 '헌신'이라는 것 자체가 드문 가치가 된 현대 사회이기에 가능할 수 있는 정서인가?
곧 일본영화가 개봉된다니 한 번 볼만 하겠다.
알라딘 홈페이지에서 박찬욱 감독의 최근 인터뷰를 봤는데, 신작 <박쥐>가 [테레즈 라캥](에밀 졸라)의 모티브를 참조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테레즈라캥]도 끝내주는 작품인데 ... . 아주 싸~하고 독~한 소설이지. 그러고보면 히가시노 게이고나 요코하마 히데오의 '망상'적 미스터리 소설들 모두 얼마쯤은 이 '자연주의' 작가라는 에밀졸라의 '해부' 정신에 줄을 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 나라 작가들 작품들 중 참고할만한게 있는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