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들르는 한 인사의 블로그 방문했다가 우연히 본 댓글에서 옛 지인의 네임을 발견하다.

서로 못본지 2년은 훌쩍 넘은 것 같은데, 그래도 내 메신저에는 여직 그가 있다.

(메신저에서도 서로 인사하지 않아도 그렇게 세월은 가고, 메신저에 그대로 있다.)

네임을 클릭하니 그녀의 블로그로 이동. 소식 끊어졌어도 그 동안 그녀가 뭘하고 살았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요즘은 어떤지를 얼만큼은 알 수 있을 정도로 ... 부지런하게 글들을 쓰고, 퍼옮겨오고, 사진을 올려놓고, 그렇게 살고 있었다.

바로 메신저에서 그녀를 불러들여 당장 담주 금욜 퇴근하고 만나기로 약속까지 정해버렸다.

회사 일이 소강상태마냥 정신없던 일주일이 꺾이는 금요일 오후에 나도 막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서재로 왔다.

저녁은 별로 반갑지 않은 회사 회식.

새로온 직원은 거의 하루 종일 말이 없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단 한마디 말을 하지 않는 그녀를 대하는 게 쉽지 않다. 교육시간에도 그녀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다. 결국 실습을 시켜보니 실수를 했다. 대학원까지 마친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젊은이다운 패기도, 도전하고 배우려는 욕심도 없는 듯 하다. 무얼 꿈꾸고 있는 걸까? 무얼 좋아하는 걸까, 오늘 회식땐 구석자리에라도 앉아서 물어봐야겠다. 무덤덤해보이는 스물여섯 심리학 석사의 꿈은 뭘까?   

로쟈님 서재에서 김윤식 교수의 인터뷰 글을 읽다,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든 그의 말.

 “부드러운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자기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합니다. 패배한 사람들은 자기에게도, 남에게도 엄격합니다. 가파를 수밖에 없지요. 늘 패배한 사람, 가파른 사람, 그런 사람이 가능성 있는 사람 아닌가. 부드러운 사람은 끝장난 사람입니다.”

!!!

새벽에 눈뜨니 3시였다. 참 희한한 경험. 그 새벽에 잠 깨어 비로소 낮에 있었던 그 희미하고, 분명 뭔가 있지만, 그게 뭔지 규명할 수 없던 어떤 감정, 그것이 아주 소슬하게도 분명해지는 그런 순간.

어제 일 때문에 고객사를 방문했었다. 일과 관련해 이런저런 협의를 하고, 귀사하고서도 내내 일의 전망을 따지느라 머리 속이 복잡하였는데, 흔히 그렇듯 그 일은 고스란히 집까지 함께 퇴근하고 말았다. 그랬나보다. 자면서도 내내 생각했었나 보다.

새벽 3시에 비로소 명쾌한 정리가 된 듯했다. 그러나 ... 얼마나 우습던지. 아니, 참 안쓰러웠다. 뭘 이리 안달복달하는 건지. 왜 이렇게 사는 건지.

나는 '가파른 사람'이다. 특히 남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늘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 했다. 여유로운 사람. 안달하지 않고 물처럼 흐를 수 있는 사람.

김윤식교수가 말하는 요지를 내가 잘 해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새벽의 일도 있고 해서 아침에 읽으면서 한숨 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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