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싫어한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한다.
집떠나면 아프니 어딘가 낯선 곳에 간다는 걸 좋아할 수가 없었다. 허덕허덕하면서도 어딘가로 떠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아프면 만사가 싫은 사람이다. 그 기억도 오래가는 편이고.
그래도 일 때문에 할 수 없이 골골거리며 꾸역꾸역 다녔던 것도 옛날이다. 이제는 싫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정체되어서인지 떠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책을 읽을수록 특히 한 작가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의 현장을 보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걸 더 절실히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작가 또는 저자의 흔적을 찾아서 같은 여행기나 문학기행에 대한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아르테에서 기획한 클래식 클라우드는 아주 적절하게 나와줘서 나와 만날 수 있는데 셰익스피어와 니체 그리고 클림트가 우선 나온 '거장'들이다. 이 기획의 테마가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인 모양이다.
와, 이 시리즈 구비해놓는 것도 거대한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일단 책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거장들의 리스트만해도... 어마어마하다.
니체의 경우, 이진우 교수가 길잡이 역할을 맡았다.
예전에 팟캐스트 방송에서 고병권 교수가 이런 기획을 얘기했던 것 같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들으면서 참 흥미롭고 재밌는 기획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니체 강의를 하면서 니체가 요양하기 위해 떠났던 길을 따라 가면서 니체를 탐구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언젠가 할거라고 말했었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니체 기획에서 따라간 니체의 길과도 정확히 겹치는 거 아닌가 싶다.
바젤 대학을 그만두고 토리노에서(그 유명한, 말을 끌어안고 일으킨 발작) 몰락하기까지 정확히 9년 반을 따라가면서 니체의 방랑의 10년을 돌아봤다고 한다.
길위에서 탄생시킨 니체 사상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이진우 교수를 믿고 따라가 볼 예정이다. 고병권 교수가 맡았다면 어땠을까. 나중에 그의 저작도 만나보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