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후배가 있다.
3년 후배이니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니진 않았으며
우리는 엄연한 선생-제자 관계로
그녀석은 나의 하나밖에 없는 공식 수제자이다..

그녀석을 과외선생으로 만난지 십년이 되어간다.
과외는 일이년하다가 그만두었지만 이래저래 인연이 계속되어
여전히 일년에 한두번은 만나고 있다.

나를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
나는 그녀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다시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과정을 드문드문 지켜봤다.
그리고 선생의 의무감에 만날때마다
겨우 3년 먼저 산 주제에 온갖 충고를 하곤 했다.


이번에 일년만에 마주앉아보니 그녀석은 훌쩍 성장해있었다.
아마 회사에 취직하고 힘들었을 지난 일년이었을텐데..

스물 일곱과 서른살.
이제는 생각도, 고민도 비슷한 친구가 되버린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선생이고..어줍잖은 충고를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그걸 핑계로 내 고민과 생각을 털어놓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혼자 뭐든 잘하는게 걱정이라는 그녀석의 미소를 보면서 부끄럽다.
끈기도 없고 눈물만 많은 내가 상상이 안간다니..
나는 그동안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고있던 건지..
이제는 친구로 같이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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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 옛사랑 플러스 (1+2)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길을 나서면서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어제는 봄날같더니 오늘은 다시 겨울이 된 것처럼 쌀쌀했다.

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렸는데..생각보다 버스안은 텅 비어있었다.
한가한 버스에서 적당히 뚫린 도로를 달리면서 음악을 들었다.

중고등학교때 일기장에 이 노래들의 가사를 적곤 했다.
짝사랑밖에는 못하던 시절이였지만 가사가 내 이야기 같았다.
아니, 대상이 없어도 노래 자체가 슬프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 지금 들으니 오히려 담담하다.
이영훈의 가사에는 죽어도 못 잊겠다거나 너없으면 안된다는 내용은 없다.
그저 그 사람이 생각나면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도 한켠에 접어둔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잊고, 잊혀지고..
어쩌면 그게 우리 대부분이 하는 사랑이 아닐까.

언젠가는 책가방을 메고 탄 버스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에서..
언젠가는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의 내 이어폰에서..
이 노래들은 지금처럼 나를 위로해줬겠지..

마음이 잔잔하게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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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대의 배갯머리쪽에는 항상 책이 두세 권 놓여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들인데, 한 권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때그때 관심있는 책들이 몇 권씩 쌓여간다.

며칠전부터 자기 전에 침대에 기대어 책을 소리내어 읽고 있다.
처음에는 갑자기 뻥하고 뚫려버린 잠들기 전의 시간을 못견뎌 시작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나 여기 있고 오늘은 이렇게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은데..
가만히 있으면 자꾸 밀려드는 생각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쉬고 싶어하는 머리는 쉬고, 떠들고 싶어하는 입은 떠드려고 시작했다.

고등학교 다닐때까지는 가끔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읽게 시켰던 것도 같은데
그 후로 소리를 내어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인지,
소리내어 읽는다는게 생각보다는 힘든 것이여서
한 열 페이지 읽다보면 목이 갈라지고 지쳐서 책이고 뭐고 불을 꺼버리게 된다.

흥미진진한 소설에서 다섯 장..
이건 일일 연속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의 예고편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책에서 주인공들은 아직 사건과 제대로 맞닥뜨리지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오랜만의 이런 느낌이 나쁘진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게 너무 빨라지고 점점 가속도가 붙어 멈출 수가 없는 순간이였다.
내리막을 다다다 내려오다가 돌부리가 있는걸 알고도 멈출 수가 없어서 넘어진 느낌..

한동안은 밤마다 궁시렁궁시렁 소리내어 읽어볼 생각이다.
머리가 가벼워지고 입이 쉬고 싶을때까지...
(부작용이 있긴하다. 자면서는 마른 기침을 한다고 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걸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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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구판절판


사랑할 때처럼 고통에 무방비 상태인 때는 없다.
-G.프로이트-19쪽

인생은 두려움을 엮어서 만든 목걸이다.
-비요크-33쪽

사랑한다는 것은 정체를 알 수도 없고, 결코 채워줄 수도 없는 상대의 고독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크리스티앙 보뱅-56쪽

시련에 직면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1)맞서 싸우거나
2)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3)달아나거나
-앙리 라보리-89쪽

상처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뭔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은 아무런 죄도 없는데 말이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란 없어. 물론 쉽게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겠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야. 간혹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고통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거든. 고통은 우리 내부에 웅크린 채 남아있지만 우리는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꿋꿋하게 우리의 길을 갈 수 있어.-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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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상처입은 사람들이 있다.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와 방황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와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자신의 삶을 이끌지 못하는 여자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자와 어린 시절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남자.

읽다보니 어느정도 짐작이 되어 몰입도가 좀 떨어지기도 하고
결말에 약간의 허무함과 비현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누구나 다 상처를 입고, 그 상처는 또 서로에 의해 치유가 된다는 걸
나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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