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대의 배갯머리쪽에는 항상 책이 두세 권 놓여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들인데, 한 권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때그때 관심있는 책들이 몇 권씩 쌓여간다.
며칠전부터 자기 전에 침대에 기대어 책을 소리내어 읽고 있다.
처음에는 갑자기 뻥하고 뚫려버린 잠들기 전의 시간을 못견뎌 시작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나 여기 있고 오늘은 이렇게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은데..
가만히 있으면 자꾸 밀려드는 생각때문에 혼란스러워서
쉬고 싶어하는 머리는 쉬고, 떠들고 싶어하는 입은 떠드려고 시작했다.
고등학교 다닐때까지는 가끔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읽게 시켰던 것도 같은데
그 후로 소리를 내어 읽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인지,
소리내어 읽는다는게 생각보다는 힘든 것이여서
한 열 페이지 읽다보면 목이 갈라지고 지쳐서 책이고 뭐고 불을 꺼버리게 된다.
흥미진진한 소설에서 다섯 장..
이건 일일 연속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영화의 예고편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책에서 주인공들은 아직 사건과 제대로 맞닥뜨리지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오랜만의 이런 느낌이 나쁘진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게 너무 빨라지고 점점 가속도가 붙어 멈출 수가 없는 순간이였다.
내리막을 다다다 내려오다가 돌부리가 있는걸 알고도 멈출 수가 없어서 넘어진 느낌..
한동안은 밤마다 궁시렁궁시렁 소리내어 읽어볼 생각이다.
머리가 가벼워지고 입이 쉬고 싶을때까지...
(부작용이 있긴하다. 자면서는 마른 기침을 한다고 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걸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