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숙이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몰라도 이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지난 주 빨래감은 쌓여가는데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해
그나마 가장 덜 흐린 날을 골라 빨래를 했다.
나름 실내건조용 세제도 넣고, 베이킹소다도 넣고 식초까지 넣었는데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의 냄새는 고약하다.
혹시 마르면 괜찮아질까 싶어 3일을 말려봐도 냄새는 그대로..
약이 올라서 작년부터 살까말까하던 삼숙이를 사버렸다.
다음날 배송되어온 큼지막한 삼숙이.
고급형은 혼자 못 든다는 후기가 많길래 가벼운 것으로 샀는데도
수건 대여섯장 넣고 물 넣으니 못 들겠다.
할 수 없이 남편의 도움을 받아 가스렌지에 올리고 내리고
수건 십여 장과 속옷을 몽땅 삶았다.
30도를 넘는 뜨거운 여름날 한시간이 넒게 삶아대니
온 몸에 땀이 범벅이 되고 얼굴은 벌겋게 익어버렸다.
하지만 뽀얗게 말라가는 세탁물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
몇 번씩 냄새를 맡아 효과를 느껴본다.
마음은 완벽한 주부로 이렇게 빨래도 깨끗하게 삶고
청소도, 집안 정리도 깔끔하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늘 지쳐있는 직장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