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벤야민 한길로로로 54
베른트 비테 지음, 윤미애 옮김 / 한길사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냉정하리만치 객관적이다. 벤야민의 사상과 행적을 사진 찍듯 따라갈 뿐이다. 어떤 논평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순으로 벤야민을 말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벤야민의 전체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벤야민의 사고의 행적을 좇기엔 역부족인 듯싶다. 그가 신비주의자이면서 유물론자가 된 이유를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한다. 왜 그는 혁명에 몰두했을까, 그러면서도 왜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못했을까. 그는 왜 카프카를 좋아했으며, 프루스트와 보들레르에 열광했을까. 이와 같은 사고의 행적은 시간순에 의해 그냥 설명될 뿐이다. 그의 고민의 정도가 더 깊이 투여됐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벤야민은 실패한 지식인일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했지만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지식인이란 과거를 향하는 자라고 했다. 또 역사가는 역사의 실패를 인식한 자일 뿐 아니라 그 자신 역시 실패한 자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적 현실주의자인 그는 자신이 현실주의자로서 실패하면 할수록 더욱더 깊이 자신의 세계, 즉 유럽의 세계가 구원되리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리고 생을 자살로 마감했다. 그리고 그의 글과 사상이 오랫동안 후세에 남아 읽히고 쓰이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 무엇을 얻어야 할까? 그에 관한 책을 좀더 읽어봐야겠다.

'세속적 행위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동시에 종교의 신화적 내용을 파괴하는 벤야민의 극단적 허무주의는 신의 존재를 결정적으로 부정한다.'

'지식인은 조금도 노동 계급과 결합되지 않으면서 프롤레타리아트의 보호색을 갖추고 있다.'

'벤야민 사고의 메시아적 계기는 인간적인 것의 부정에 근원을 두고 동시에 이를 목표로 한다. 인간에게 희망을 품지 않고 또한 인간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갖지 않은 변증법적 유물론자는 세계를 순식간에 바로잡을 종말론적 파국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벤야민이 갖가지 좌절을 겪으면서도 느긋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이와 같은 종말론적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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