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맨 눈의 마을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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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의 빙하가 80퍼센트까지 녹아버린것을 시작으로 인류는 멸망했고 무수한 죽음과 난민들의 행렬로 고대의 바이러스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변형에 변형을 거듭했다. 초기 증상은 눈이었다. 얼굴에 달린 두 개의 눈 말고 몸 곳곳에 종기처럼 눈이 생겨났고 귀거나 입인 경우도 있었다. 그다음은 사지, 손과 발 팔과 다리 심하면 변경의 진행은 각양각색이었다. 인류는 본래의 모습을 잃고 변해갔고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억만장자가 저주병이 퍼지기 전 계시를 받고 안전한 벙커를 만들었다. 버려진 황야를 통째로 사들인 후 그곳에서 종말을 대비했다. 본래의 모습을 유지한 인간들이 점차 그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을 스스로를 '선택받은 자'들이라고 불렀다. 여기까지가 이교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이었고, 벙커는 점차 커져 타운이 되었으며 인류의 세상은 타운 안과 밖으로 나뉘게 되었고 타운도 감염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여 인류의 보전을 위해 제1규칙(얼굴이 아닌 곳에 난 이목구비를 보면 신고하라!)을 명심해야 했다. 
저주병의 징후가 보이면 장로에게 알릴 것, 지목된 감염자는 독이든 미트 파이와 콜라 한 캔과 함께 추방되었다.

바로 며칠 전 램이 제로와 이교 셋이 함께 공놀이를 하다 계곡에서 몸을 씻었고, 그때 램의 뒷덜미에서 입이 있는 걸 제로가 발견하고 신고한 탓에 램이 타운 밖으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이교 역시 남들에게는 보여선 안될 비밀이 한 가지 있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등에 있는 눈이었다. 
등 가운데 가로로 새끼손톱보다 작은 주름져있는 눈,
마을 사람들의 이론으로는 자신은 타운 밖 괴물들처럼 피과 살을 찾아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이어야 했고 진작 타운 밖으로 쫓겨나야 했지만 한 번도 마을 사람들과 다른 식성을 가진 적도 없었고 다른 신체 부위의 괴물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진작에 깨닫고 있었던 차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계곡에서 추락한 비행기에서 신인류(자신처럼 다른 신체에 이목구비가 존재하는 사람)를 만나게 되고 타운 밖에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많으며 괴물이 아닌 존재로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다가 램이 타운 밖에 나가서 죽지 않고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자 마을 장로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오픈하고 타운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된다.

'꿰맨 눈의 마을', '히노의 파이', '램'은 구인류가 모여사는 타운에서 진행되는 이교의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연작소설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바이러스가 변형되어 인간에게 영향을 끼쳐 손쓸 수 없을 정도까지 되어버린 미래라는 설정이 있을법한 미래라는 것, 그리고 바이러스를 피해 꽁꽁 숨어버린 인간들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었던 차였다. 바이러스를 피해 자신만의 타운을 만들었으나 그 속에서도 한 명씩 존재하는 신인류들을 골라내고 추방해 내는 사람들 그리고 타운 밖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계속 존재하는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존재들이 현실적으로 느껴진 부분이었다. 

 특히 추방자들에게 지급되는 미트파이의 비밀과 타운의 문지기인 삼촌의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히노의 파이 이야기는 과거지만 현재를 이야기하는 듯해서 여운이 많이 남았고 램의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인 꿰맨 눈의 마을에서 더 보고 싶었던 이야기의 연장선은 아니었지만 타운 밖의 모습에서 희망을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이야기였다. 

종말 직전 바이러스와 인간의 공존한 세계에 인간의 이기심을 본 기분으로 읽혔던 것 같다. 물론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신인류로 살아남겠지만 타운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쉽게 이교처럼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한 번 더 생각해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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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 :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오 헨리 외 지음, 송은주 외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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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는 실물이 기대 이상으로 예쁘네요 잘 읽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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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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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1년 뒤 딸 정하가 독립을 했다. 눈치 없이 같이 이사를 가고 싶었지만 이웃 동네에 사는 노모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육아의 완성은 독립이라고 생각하며 홀로 살이를 시작해야 했다. 혼자 사는 건 두렵지 않다고 세뇌하듯 되뇌었지만 만사가 무기력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 현관 밖에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생활이 계속되고 철저한 집순이가 되자 일은 점점 쌓이고 수입이 없어졌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져 어느 날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았는데 집에서 한 줄 쓰고 우느라 못썼던 글들이 쭉쭉 잘 써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스타벅스에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스타벅스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타벅스 일기라니 제목부터 신선했다. 수많은 카페 중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도 신기했고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은 스타벅스에서 보낸 사계절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행사인 프리퀀시를 주는 겨울과 여름, 두 행사에 대한 이야기와 각 계절 한정 신메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음료를 마시다 보면 모으게 되는 별 적립이라든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원치 않게 듣게 되는 옆 테이블 사정들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들이 재미있었고, 카페에서 만나게 되는 빌런 캐릭터들에는 꽤 깊은 공감을 했으며, 사이렌 오더 장점에 대한 예찬론과, 일본 여행에서 만난 스타벅스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이야기라 신선했다. 

커피는 라떼 위주로만 마시는 나로서는 쉽게 도전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메뉴들을 도전했던 작가님의 메뉴 도전기도 즐겁게 읽혔다. 특히나 스타벅스 메뉴의 설명은 한 편의 시 같다고 이야기하며 맛없다, 맛있다 이상의 표현 밖에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꽃 향과 꽃잎 그리고 블렌딩을 적절히 혼합하여 별빛과 은하수를 표현하는 스타벅스 메뉴팀이 있어 눈과 혀를 함께 즐겁게 해주고 있다고 나 역시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계절과 메뉴에 빠져 읽다 보니 오텀 로드 애플 블랙 티, 호두 블랙 티 라떼가 궁금해졌다. 한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스타벅스 메뉴들이었는데 작가님 설명이 워낙 맛깔나서 이기도 하지만 이 계절에 어울려 보이기도 해서였다. 차 한 잔과 책 한 권 펼쳐서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세상과 만나는 공간, 차 한 잔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연결의 방법이 스타벅스에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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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은 신의 저주라고 불렸다. 감염 경로와 방식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을뿐더러, 증상이 신이 내리는 형벌처럼 느껴질 만큼 기괴하고 끔찍했기 때문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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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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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중이에요 잘 읽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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