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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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1년 뒤 딸 정하가 독립을 했다. 눈치 없이 같이 이사를 가고 싶었지만 이웃 동네에 사는 노모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육아의 완성은 독립이라고 생각하며 홀로 살이를 시작해야 했다. 혼자 사는 건 두렵지 않다고 세뇌하듯 되뇌었지만 만사가 무기력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도 현관 밖에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생활이 계속되고 철저한 집순이가 되자 일은 점점 쌓이고 수입이 없어졌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져 어느 날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았는데 집에서 한 줄 쓰고 우느라 못썼던 글들이 쭉쭉 잘 써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스타벅스에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스타벅스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스타벅스 일기라니 제목부터 신선했다. 수많은 카페 중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도 신기했고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은 스타벅스에서 보낸 사계절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행사인 프리퀀시를 주는 겨울과 여름, 두 행사에 대한 이야기와 각 계절 한정 신메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음료를 마시다 보면 모으게 되는 별 적립이라든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원치 않게 듣게 되는 옆 테이블 사정들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들이 재미있었고, 카페에서 만나게 되는 빌런 캐릭터들에는 꽤 깊은 공감을 했으며, 사이렌 오더 장점에 대한 예찬론과, 일본 여행에서 만난 스타벅스에 대한 이야기들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이야기라 신선했다. 

커피는 라떼 위주로만 마시는 나로서는 쉽게 도전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메뉴들을 도전했던 작가님의 메뉴 도전기도 즐겁게 읽혔다. 특히나 스타벅스 메뉴의 설명은 한 편의 시 같다고 이야기하며 맛없다, 맛있다 이상의 표현 밖에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꽃 향과 꽃잎 그리고 블렌딩을 적절히 혼합하여 별빛과 은하수를 표현하는 스타벅스 메뉴팀이 있어 눈과 혀를 함께 즐겁게 해주고 있다고 나 역시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계절과 메뉴에 빠져 읽다 보니 오텀 로드 애플 블랙 티, 호두 블랙 티 라떼가 궁금해졌다. 한번도 도전해 보지 못한 스타벅스 메뉴들이었는데 작가님 설명이 워낙 맛깔나서 이기도 하지만 이 계절에 어울려 보이기도 해서였다. 차 한 잔과 책 한 권 펼쳐서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세상과 만나는 공간, 차 한 잔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연결의 방법이 스타벅스에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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